“싼 중국산인 줄 알았는데 관세폭탄”…‘가짜 HGI’ 주의보
입력 2026.09.08 17:16
수정 2026.09.08 17:17
중국산 CGI 반덤핑 최종판정 앞두고 HGI 거래 제안 늘어
“KS 규격상 HGI 두께는 1.2㎜ 이상…품목 위장 의심”
수입업체, 원소재·제조공정 확인 없이 통관하면 관세 추징 위험
위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중국산 아연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최종판정을 앞두고 국내 철강 시장에 ‘관세 회피’ 의혹이 있는 제품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반덤핑 관세 대상인 CGI를 규제 대상이 아닌 HGI로 바꿔 제시하는 정황이 나타나면서, 자칫 저가 오퍼를 받아들인 국내 수입·유통업체까지 거액의 관세 추징과 처벌 위험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중국 철강업체가 기존에 CGI가 주로 사용되던 두께 1.2㎜ 미만의 얇은 아연도금강판을 HGI 명목으로 국내 수입·유통업체에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GI는 냉연강판을 원소재로 사용하는 아연도금강판으로 반덤핑 조치 대상에 포함된다. 반면 HGI는 열연강판을 원소재로 사용해 현재 조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중국 업체가 CGI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을 HGI로 신고하면 반덤핑 관세를 피할 수 있는 구조다.
쟁점은 제품의 두께와 실제 원소재다. HGI 관련 한국산업표준은 적용 두께를 1.2㎜ 이상 6.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근거로 최근 중국 업체들이 제시하는 1.2㎜ 미만 HGI가 실제로는 냉연 소재를 사용한 CGI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 열연강판은 냉연강판보다 두껍고 표면 품질과 치수 정밀도가 낮다. 자동차와 가전 등에 사용되는 얇은 고품질 아연도금강판은 주로 냉연강판을 원소재로 생산된다. 업계가 1.2㎜ 미만 HGI 오퍼의 실제 생산 공정을 의심하는 이유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KS 생산 규격에 없는 1.2㎜ 미만 HGI 오퍼는 수입업체에 잠재적인 위험을 떠넘기는 것과 같다”며 “계약 단계에서 원소재와 제조공정을 확인하지 않으면 추후 관세 추징으로 수입·유통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냉연 소재로 생산한 CGI를 HGI로 허위 신고한 사실이 확인되면 수입업체는 납부하지 않은 반덤핑 관세를 추징당할 수 있다. 고의적인 품목 위장이나 관세 회피가 인정되면 관세법에 따른 조사와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입 철강재의 품질검사증명서 제출과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류에 기재된 제품명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금 전 원판의 종류와 실제 제조공정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반덤핑 최종판정 이후 HGI 명목의 수입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면 조치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는 의심 물량의 오퍼와 통관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관세당국에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조치가 시행돼도 품목을 바꿔 신고하는 우회 수입을 차단하지 못하면 국내 시장 보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제품명보다 원소재와 생산공정을 중심으로 수입 물량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