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12월엔 한 회사인데…대한항공, 항공기보다 어려운 ‘사람 합치기’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9.09 14:32
수정 2026.09.09 14:33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조종사 서열 통합 놓고 노사갈등…노동쟁의 절차 돌입

민간 경력 600명 입사일 인정 쟁점…승진·수당 등 얽혀

객실·정비·일반직도 인사체계 통합 남아

법인 통합 코앞인데…‘인적 통합’ 장기전 가능성

보잉777-300ER 항공기 ⓒ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람 합치기’ 작업이 막판 과제로 떠올랐다. 두 회사 조종사들의 승진 순서를 결정할 서열 통합을 둘러싼 갈등이 노동쟁의 절차로까지 번지면서다.


법인과 항공기, 노선 등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넘어 서로 다른 인사체계에서 일해온 직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인적 통합’의 어려움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이날 회사가 최근 밝힌 조정 신청 관련 입장에 대한 반박자료를 내고 통합 시니어리티 산정 방식 등을 재차 문제 삼았다. 노조는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조정이 결렬될 경우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다.


갈등의 핵심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줄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되면 지금까지 각 회사에서 따로 관리해온 조종사 서열도 하나의 기준으로 다시 정리해야 한다.


항공사 조종사에게 시니어리티는 단순한 근속 순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장 승격과 기종 전환, 일부 수당 등 주요 인사·보상과 연결된다.


특히 대한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 약 600명의 서열 산정 방식이 쟁점이 됐다. 이들은 일정 수준의 비행경력을 갖춘 상태로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회사가 정한 양성과정을 거쳐 정식 사번을 부여받았다.


노조는 통합 서열을 정할 때 이들의 최초 입사일이 아니라 ‘정사번 부여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회사 교육을 오래 받은 직원일수록 서열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초 입사일부터 근속기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요구다.


대한항공은 실제 승진에서는 기존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통합으로 기장 승격 기회가 확대되면서 기존 조종사의 90% 이상은 오히려 승격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90% 이상 승격 단축’ 전망이 월 기장 승격 인원을 기존 10명에서 15명으로 늘리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승진 인원 확대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열 기준만 불리하게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양측의 갈등이 노동쟁의로까지 번지면서 조종사 문제를 넘어 통합 대한항공의 ‘인적 통합’ 전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수십년 동안 별개의 회사로 운영돼 온 만큼, 조종사뿐 아니라 객실승무원과 정비직, 일반직 역시 각기 다른 직급과 승진, 임금·수당, 근속연수 및 복지체계 아래에서 근무해왔다.


통합 이후 이를 하나의 기준으로 맞추는 과정에서 어느 회사의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일부 직원의 승진 순서나 보상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한쪽에 유리한 통합안이 다른 쪽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조종사 갈등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12월 법인 통합을 앞둔 대한항공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조종사가 실제 파업에 나선 것은 2016년이 마지막이다. 통합 항공사 출범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노사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조직 통합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 과정에서는 시스템이나 자산을 합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조직문화와 인사제도를 하나로 만드는 데 훨씬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법적 통합 이후 실제 조직이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