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69세도 이식하면 생존율↑…다발골수종, 나이보다 '몸 상태'
입력 2026.09.08 13:51
수정 2026.09.08 13:52
서울성모병원 연구팀, 65~69세 환자 735명 분석
4년 생존율 12.8%p↑·사망 위험 38%↓…비용효과성도 확인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민창기 교수, 박성수 교수, 이정연 교수, 가톨릭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최수인 교수 ⓒ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65~69세 다발골수종 환자에서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생존율을 높이고 비용 대비 효과도 우수하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혈액병원 민창기 교수 연구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를 활용해 고령 다발골수종 환자의 이식 효과와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는 가톨릭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최수인 교수가 공동교신저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이정연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난치성 혈액암이다. 면역체계 이상과 유전적 요인, 방사선·화학물질 노출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골수종 세포와 비정상적인 면역 단백질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빈혈과 뼈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다발골수종 발생 건수는 2000년 492건에서 2022년 1961건으로 20여 년 사이 약 4배 증가했다. 특히 환자의 약 90%가 60세 이상인 만큼 인구 고령화와 함께 고령 환자의 치료 전략도 중요해지고 있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은 다발골수종의 주요 1차 치료법이지만, 65세 이상에서는 치료 독성과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시행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져 왔다. 국내에서도 65세 이상 환자에 대한 이식 급여는 2019년부터 적용됐다. 그동안 관련 근거가 주로 서구권 연구에 집중돼 국내 의료비 구조와 아시아 환자 특성을 반영한 대규모 경제성 분석은 부족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식군(Case, 빨강)과 비이식군(Control, 파랑)의 (A) 전체 생존율과 (B) 다음 치료를 시작하기까지의 기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9~2024년 청구자료를 활용해 새로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은 65~69세 환자 735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458명은 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VTd) 유도치료 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고, 277명은 이식 없이 약물치료를 받았다. 연구팀은 두 집단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의 차이를 보정한 뒤 생존율과 의료비 등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이식군의 4년 생존율은 67.8%로 비이식군(55.0%)보다 12.8% 높았다. 사망 위험은 이식군에서 38.0% 낮았으며, 다음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기간도 이식군이 29.8개월로 비이식군(19.7개월)보다 10.1개월 길었다.
비용효과성도 확인됐다. 이식군의 총 의료비는 비이식군보다 약 2990만원 더 들었지만, 삶의 질을 반영한 건강수명(QALY)은 0.71년 길었다. 건강수명 1년을 늘리는 데 추가로 필요한 비용인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는 약 4240만원으로, 연구에서 기준선으로 삼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약 5240만원보다 낮았다.
1000회 시뮬레이션에서도 이식이 비용효과적일 확률은 70.3%로 분석됐다. 다음 치료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건강수명 1년 증가당 추가 비용은 약 2360만원, 비용효과적일 확률은 98.9%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이식 여부를 연령 자체보다 환자의 신체 상태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국제 진료지침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국내에서는 이식 급여 대상이 70세까지 확대됐지만 실제 이식 시행률은 대상자의 62.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창기 교수는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식을 검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있지만, 이번 분석은 65~69세 환자에서도 이식이 생존기간을 늘리고 그 비용이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을 국내 데이터로 보여준 것”이라며 “이식 여부는 나이가 아니라 환자의 전신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인 교수는 “해외 비용효과 연구는 약값과 의료비 구조가 달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전 국민 청구자료를 토대로 국내 실정에 맞는 근거를 마련한 만큼 향후 급여 정책 논의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가톨릭 다발골수종 연구 네트워크(CAREMM)의 다기관 연구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보건경제성과연구학회 공식 학술지 ‘Value in Health’에 온라인 선공개됐다. 오는 10월 정식 출판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