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뛸 때 '대출 절벽'…정부 돈 풀어도 서민 가계는 벼랑 끝
입력 2026.09.08 14:36
수정 2026.09.08 14:42
명목 GDP 26.4% '쑥' 올랐다
정책 엇박자에 물가·이자 부담↑
서민·실수요자만 '이중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46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급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성장의 온기가 기업에 머물고 가계 소득 개선세는 더뎌 체감 경기는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다.
한은·금융당국은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옥죄는 반면, 정부는 돈을 푸는 정책 엇박자까지 겹치면서 서민 가계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 1년 전 대비로는 3.7% 증가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역성장(-0.2%) 이후 2분기 0.6%, 3분기 1.4% 등으로 개선되다가 4분기 -0.1%로 주춤했으나, 올해 들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반등세를 확고히 했다.
특히 물가 변동을 반영한 명목 GDP는 1년 전보다 26.4% 급증하며 4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반도체 제조업 영업이익이 큰 폭 늘어났고, 반도체 외 여타 업종 실적 개선 흐름도 점차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평균적으로 0.2~0.3% 수준이면 연간 3.3% 달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성장세의 온기가 서민 가계에 온전히 닿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몫인 총영업잉여는 전기 대비 18.5% 증가한 반면, 근로자의 노동 대가를 뜻하는 피용자보수는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정체되면서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4% 증가에 머물렀다.
한은은 기업 실적 개선으로 늘어난 영업잉여가 가계 소득 증대로 이어지며 시차를 두고 내수가 회복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양극화만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통화당국의 정책 엇박자는 서민들의 목을 더욱 조이고 있다.
한은은 견고한 성장세와 수입물가 상승세 등으로 기조적 물가 압력이 높아지자 지난달 기준금리를 3.00%로 전격 인상했다.
향후 6개월 내 3.25%로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금융당국 역시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창구를 닫으면서 실수요자들이 대출 절벽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반면 정부는 경기 부양과 취약계층 지원을 명분으로 현금성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역대 최대인 821조원으로, 올해보다 93조원이나 불어났다.
반도체 호황으로 더 걷힌 세금을 미래 산업과 청년 취업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풀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씀씀이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기가 살아나는 국면에서 정부가 대규모로 돈을 풀면 한은의 금리 인상 효과가 반감돼 물가 안정이 더뎌지고, 국채 금리 상승으로 시중 대출금리마저 더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엇박자의 부담을 서민들만 고스란히 짊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상황에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면 물가가 자극된다"며 "성장률 숫자는 좋게 나오지만, 체감 서민 경기가 따라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