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뇌사 판정 받은 40대 가장…장기기증으로 4명에 새 삶
입력 2026.09.08 12:02
수정 2026.09.08 12:03
빗길 배달 중 차량과 추돌…심장·간·양측 신장 기증
20대부터 아픈 가족 생계 책임…하루 14시간 넘게 배달
최정섭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하루 14시간 넘게 배달 일을 하던 40대 가장이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뒤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최정섭(46) 씨는 지난 7월 24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간, 양측 신장을 4명의 환자에게 기증했다.
최씨는 전기공사 일을 하다 경기가 좋지 않아 약 1년 전부터 오토바이 배달로 생계를 이어왔다. 지난 7월 17일 밤 많은 비가 내리던 중 배달을 하다 다른 차량과 추돌해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생전 가족의 연이은 투병을 지켜본 최씨는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존중해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서울에서 1남 1녀 중 맏이로 태어난 최씨는 20대 초반 아버지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뒤 가장 역할을 맡았다. 이후 어머니와 여동생도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 생활을 이어가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두 사람을 보살폈다.
약 1년 전 배달 일을 시작한 뒤에는 하루 14시간 넘게 일했다. 평소 등산과 둘레길 걷기를 좋아했지만 일에 매달리느라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도 많지 않았다.
매제 강일규 씨는 "부디 천국에서는 일하지 말고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항상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다"라며 "형님의 동생이자 제 아내는 이제 제가 잘 챙기겠다. 그곳에서는 꼭 행복하시고 저희 부부를 잘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