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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구 대법관 퇴임 일성 "정치 사건 많을수록 법원의 문법 지켜야"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9.07 14:26
수정 2026.09.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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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법원의 언어·문법은 정치와 달라"

"사실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일관된 법리"

이흥구 대법관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 행사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흥구 대법관이 7일 퇴임하면서 12·3 비상계엄 대응 미흡을 지적하면서 정치적 사건이 법원으로 몰려들수록 정치의 문법에서 벗어나 법원의 언어와 문법으로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년 임기를 마친 이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대법관으로서 막중한 소임을 내려놓게 됐다.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법원이 처한 어려움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법관은 "계엄 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대법원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께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가장 필요한 시점에 가장 적절히 소통하면서 사법부가 어떤 판단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원이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점점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냉정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2·3 비상계엄 직후 대법원이 계엄 위헌·위법성과 관련된 입장을 곧바로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자성으로 풀이된다.


이 대법관은 "정치의 문법은 대체로 진보와 보수 등 진영의 구분과 대결, 진영의 이해관계에 따른 사실의 재해석과 단순화 등을 특징으로 한다"며 "독립된 법원의 언어와 문법은 이와 다르게 공정한 룰, 공존과 상호 존중, 사실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탐구, 일관된 법리와 충실한 논증, 숙고와 숙의 등을 특징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사건이 쏟아지면서 그 여파로 법원이 흔들릴수록, 법원의 문법과 지향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에 충실했는지, 이를 제대로 전달했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묻고 답해야 한다. 이것이 충분하지 못하면 법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법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권과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안전판이자 최후의 버팀목이다. 피해자인 국민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곳"이라며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정치적 분열과 대립이 격해질수록 법원이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든든히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헌법이 법원에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이라고 맺었다.


이 대법관은 2020년 9월 문재인 정부 시기 취임했다. 1985년 서울대 재학 중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대법관은 2025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을 때 오경미 대법관과 함께 무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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