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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유로 합쳤다가 같은 이유로 쪼개는 LH [기자수첩-부동산]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09.07 07:00
수정 2026.09.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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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엔 비효율 해소 위해 통합…이젠 같은 이유로 이원화

직접시행·보상 단축 등 역할은 확대…재무구조 개선은 뒷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사옥.ⓒ한국토지주택공사

“오늘의 출범식이 통합의 마무리가 아니라 선진화의 완성을 위한 새 출발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더 노력해달라.”


2009년 10월7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범식에서 한 축사다. 기관 통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라는 얘기였다.


당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는 서로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정부는 기관 통합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했다. 통합 직전인 2008년 당시 두 기관 부채는 85조7000억원이었는데 같은 해 정부 총지출인 약 256조원의 33%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약 17년 후인 2026년, 정부는 LH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택지개발·주택건설 업무는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가, 임대주택 운영·관리 등 주거복지와 토지비축 업무는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이 맡는다.


이원화 이유는 17년 전과 같은 재무구조와 업무 효율성 개선이다. 임대주택 운영 과정에서 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주택 건설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며 부채가 늘어난 만큼 개발·건설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해 각 기능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말 LH 부채는 173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6000억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217.7%에서 230.8%로 13.1%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매년 상승해 2028년에는 262%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합쳐졌던 조직을 통합 당시와 같은 이유로 다시 분리하는 것은 통합이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의사결정이 느려졌고 업무 효율성 저하로 이어졌다. 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복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부채 부담도 커졌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만큼 조직이 분리되기 전 충분한 논의가 이어지겠지만, 조직 이원화가 발표된 후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조직 통합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다시 이원화한다고 풀 수 있을까.


최근 정부의 행보를 보면, LH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해에는 택지매각 대신 직접시행 방식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에는 기존 60일 소요되던 LH의 토지 보상 기간을 30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LH의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역할과 부담만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을 둘로 나누는 것만으로 LH의 재무구조 악화 문제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


조직도를 바꾸는 것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임대주택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채를 줄일 방안, 공사비 상승세 속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등 LH의 사업·재무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이원화가 필요하다면 그 역시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조직을 쪼갠 후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찾아서는 안 된다. 17년 전 통합의 한계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번 이원화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기 위한 조치인지 명확히 한 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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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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