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스·석유공사 통합 추진…재무구조 격차 속 부실 떠넘기기 우려
입력 2026.09.03 17:22
수정 2026.09.03 17:22
거대 자원 공기업 '에너지자원공사' 출범 예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 명분
해외자원개발 지분 구조 정리 과제
가스공사 주주 반발 등 우려 제기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가스공사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명목으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의 전격적인 통합을 추진한다.
유사·중복 기능을 정비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재무구조의 극단적 격차와 상장사 주주들의 거센 반발 등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돌파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통합해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를 설립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번 개혁은 최근 심화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 속에서 석유와 가스로 분산된 에너지를 하나로 묶어 국가 차원의 통합적 자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양 기관은 그동안 각각 석유와 천연가스 부문에서 해외자원 탐사와 개발, 비축·공급 등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개별 운영에 따른 비효율과 기능 중복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두 공사를 합병해 거대 자원 공기업을 출범시킴으로써 산유국과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를 상대로 한 국제 협상력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통합 법인의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대형 에너지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연료·정비 자재 공동 구매과 중복 인력 효율화를 통해 전반적인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통합 절차는 정부의 세부 개혁안 마련을 통해 본격화된다. 부처에서 세부 방안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며 법 개정이 필수적인 사안인 만큼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입법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는 통폐합 과정에서 임원을 제외한 일반 직원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보수와 복리후생 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통합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뇌관은 양 기관의 극단적인 재무구조 불균형이다. 석유공사는 오랜 기간 해외자원개발 부실 등으로 인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반면 가스공사는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발생한 미수금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 기반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석유공사의 막대한 부채와 누적 적자가 가스공사로 고스란히 전가되어 가스공사마저 재무 건전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가스공사가 주식시장 상장 공기업인 만큼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한 거센 반발과 법적 공방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실 공기업과의 통합으로 인해 일반 주주의 권익과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사가 그동안 독자적으로 수행해 온 수많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어떻게 정리하고 매듭지을지도 난관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심화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석유와 가스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이 필수적"이라며 "주요 선진국 사례에 비춰봐도 두 자원 공기업을 일원화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해외 자원 개발과 도입 과정에서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를 상대로 한 가격·조건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 본사 전경.ⓒ석유공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