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규제 풀었지만…차주·상호금융 실익은 '글쎄'
입력 2026.09.04 07:04
수정 2026.09.04 07:04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취지…실효성은 물음표
PF 등 건전성 부담 여전…연체율·대손비용 우려
추가 한도 배정에도 가계대출 확대 여력 제한적
"대출 늘릴 공간 만들었지만…능력은 그대로"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민간 중금리대출 순증액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전액 제외했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업권의 건전성 부담이 여전한 만큼, 규제 완화가 실제 대출 확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여전사가 새로 취급하는 민간 중금리대출 순증액을 금융회사별 가계대출 총량 관리 실적에서 전액 제외했다.
기존에는 상호금융의 경우 중금리대출 순증액의 70%만 총량 관리에서 제외했지만, 이를 100%로 확대했다.
중금리대출을 늘릴 수 있는 제도적 여지는 확대됐지만 상호금융권의 실제 공급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대출 부실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릴 경우 연체율 상승과 대손비용 확대 등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중금리대출 취급액도 감소세다. 올해 2분기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각각 410억1800만원, 461억3400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대비 각각 26.6%, 25.6% 감소한 수치다.
이미 부실자산 정리와 충당금 적립 부담을 안고 있는 상호금융 입장에서는 중금리대출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상호금융권의 수익성 개선 효과도 제한적이다. 중금리대출은 중·저신용자 중심인 만큼 연체와 대손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차주 입장에서도 규제 완화가 실제 대출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총량 관리에서 제외되더라도 금융사의 보수적인 대출 심사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중금리대출 외 가계대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목표치를 초과해 '순증 0%' 페널티를 받은 신협과 새마을금고에는 각각 1000억~2000억원, 3000억~5000억원의 추가 가계대출 한도가 배정됐다.
하지만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 폭이 컸던 만큼 주택담보대출 등 신규 대출을 늘릴 여력은 제한적이다.
실제 올해 7월까지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가계대출은 각각 2조1000억원, 1조6000억원 늘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규제 완화가 차주의 자금난 해소와 업권의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권이 전반적으로 건전성과 손익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게 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로 배정된 가계대출 총량은 이미 상반기에 상당 부분 소진한 상황이라 실질적인 의미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에서 가계대출 총량 관리 부담을 덜어준 만큼 재정 상황에 맞춰 자체적으로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만으로는 중금리대출 확대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실질적인 공급을 유도할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금리대출은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금융사 입장에서는 수익성보다 부실 가능성을 먼저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조치는 대출을 늘릴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줬지만, 대출할 수 있는 '능력'까지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순한 총량 규제 완화보다는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정책보증을 확대해 금융사의 신용위험을 분담하고, 우량 중금리대출에는 충당금이나 자본규제 측면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