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업체 만들어 700억원 ‘꿀꺽’…국세청 ‘산불 카르텔’ 조사
입력 2026.09.03 12:01
수정 2026.09.03 12:01
산불 복구비 노리고 유령 업체 난립
6500회 입찰 참여해 250억원 낙찰
제한 규정 회피 위해 5년간 16번 이사
유령업체 41곳 포함 세무조사텔
지난 2월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계속 번지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뉴시스
벌채와 위험목 제거, 숲 가꾸기 등 산불 피해 복구 사업을 따내기 위해 유령업체를 앞세워 수천 차례 입찰에 참여하고 사업장까지 옮겨 다닌 업체들을 상태로 국세청이 세무조사 칼을 빼 들었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최근 6년간 산불 피해 복구 사업에 6500여 회 입찰해 260여 회 낙찰받았다. 전체 낙찰금액은 약 230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이 파악한 전체 총 탈루혐의액은 약 700억원이다.
국세청은 특히 실사주가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업체를 설립하고 자격증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결탁한 이른바 ‘산불 카르텔’을 정조준했다.
국세청은 3일 최근 6년간 조달청 입찰공고를 토대로 산불 피해 복구 사업에 참여한 5331개 업체를 추출한 뒤 낙찰금액 합계 10억원 이상인 138개 업체를 분석해 10개 업체와 유령업체 41개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사업장을 옮겨가며 지역 제한 입찰 규정을 피해 간 사례가 포함됐다. 한 업체는 5년간 무려 16차례 사업장을 이전하기도 했다. 지역 중소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지역 제한 입찰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사업장을 여러 차례 옮겨가며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했다.
경북을 중심으로 충남·충북·전북까지 사업장을 옮겨 다닌 산림사업법인 A 업체가 대표적이다. A 업체는 5개 업체를 동원해 약 300회 산불피해복구 공사에 입찰했다. 이 가운데 약 20회 낙찰받았다.
사업실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A 업체는 다른 업체와 수억원 규모 거짓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았다.
법인 자금도 빠져나갔다. A 업체는 실제 근무하지 않은 배우자 등 명의상 대표자에게 급여 형태로 약 10억원의 법인 자금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산림경영기술자격자에는 급여 명목으로 자격증 대여료 수억원을 우회 지급했다. 일용근로자 근무지와 근로기간을 중복해 지급명세서를 임의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약 10억원의 가공원가를 계상한 혐의도 확인됐다.
강원도 일대에서 활동한 B 업체 역시 유사한 방식을 사용했다. B 업체는 A 업체와 마찬가지로 5개 업체를 동원해 사업장을 수시로 이전하며 약 200회 산불피해복구 공사에 입찰했다. 그 결과 약 20회 낙찰받았다. B 업체는 다른 업체와 사업실적 요건 충족 등을 목적으로 약 20억원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가공원가 규모는 더 컸다. B 업체는 일용근로자의 근무지와 근로기간을 중복해 지급명세서를 제출하는 방식 등으로 약 30억원의 가공원가를 계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법인 신용카드로 명품 시계를 구매하는 등 법인자금을 수억원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별다른 소득이 없던 B 업체 대표 배우자가 약 20억원의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도 확인돼 국세청은 자금출처까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와 가공원가 계상, 법인자금 유출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일시 보관과 계좌조회 등 조사 수단을 동원하고 부당이익을 유출해 편법으로 재산을 형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주일가에 대해서는 자금출처도 살필 계획이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정부 사업을 사익 편취 도구로 악용하는 공공계약 부정입찰 업체의 반사회적 탈세 행위에 대해선ㄴ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끝까지 추적해 투명한 조세 정의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