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개혁기구는 난립, 수장 공백은 장기화…신뢰 회복은 언제쯤
입력 2026.09.02 17:24
수정 2026.09.02 17:31
1일 경찰개혁추진단 첫 회의…6대 폐단 근절 제시
광주·제주 경찰 사건 겹치며 개혁 조직 잇달아 난립
경찰청·총리실·여당 제각각…청장은 21개월째 공석
김남준 경찰 수사개혁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위원회 제6차 정례회의를 마친 뒤 범죄 피해자 보호 관련 1차 권고안을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08.31.ⓒ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경찰개혁추진단을 출범해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암장, 무단종결, 증거 은폐 및 조작, 수사정보 유출, 개인정보 침해 등 6대 폐단 근절을 과제로 내걸었다. 10월 검찰청 폐지와 보완수사권 폐지를 앞두고 경찰의 수사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가운데 광주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사건 등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까지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비슷한 성격의 개혁 조직이 경찰청과 정부, 정치권에서 잇따라 가동·추진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미 경찰청 자체 수사개혁위원회와 경찰청 형사소송법 후속TF가 가동 중이고 국무총리실 산하에도 별도 개혁기구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로 커진 경찰 권한을 어떻게 통제할지를 두고 조직만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수사개혁위원회는 지난 7월27일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먼저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25일 국무총리실에 별도 개혁기구 설치를 주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출범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청도 형사소송법 후속TF를 지난달 가동해 수사 통제 방안과 인력·예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추진단을 띄우면서 경찰개혁을 다루는 기구가 경찰 내부와 정치권, 정부 차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구마다 내놓는 권고안이 실제로 얼마나 구속력을 갖고 이행되는지부터 불분명하다"며 "이행을 담보할 장치 없이 기구 수만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찰의 수사 통제 기능이 크게 약화된다며 이를 고리로 공룡경찰 책임론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이 당대표 직속 개혁기구를 서둘러 띄운 배경에도 이런 불신 확산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석(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09.01.ⓒ뉴시스
이번 개혁 논의의 발단이 된 것은 두 사건이다. 광주에서는 지난 5월 장윤기가 여고생을 살해한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부실·은폐 수사 의혹이 불거졌고 당시 수사팀장이 구속 송치됐다. 제주에서는 30대 여성 장모씨가 5월12일 밤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고 사흘 뒤 남자친구의 실종신고를 받은 제주서부경찰서 부모 경장이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연락이 닿았다며 2시간30분 만에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이후 두 달 가까이 행방이 확인되지 않다가 7월19일 사촌동생의 2차 신고로 재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은 부 경장의 허위 종결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 7월2일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 신고도 같은 수법으로 허위 종결된 사실이 함께 드러났다. 이 남성은 8월22일, 장씨는 이틀 뒤인 8월24일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건 모두 112시스템에서 상급자 결재까지 거쳐 종결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경찰 지휘부의 애초 단독 처리 설명과 배치됐다.
제주경찰청은 부 경장이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해 63건이 시스템에 미입력되거나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고 기존 2건 외에 의심 사례 10건, 삭제 15건 등 25건을 추가로 확인했다. 부 경장은 공전자기록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 1일 구속 송치됐다. 제주지검도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장씨의 사인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청은 8월28일부터 9월6일까지 전국 경찰관서에 특별경보를 발령해 지휘관 의무위반 예방 교육, 회식·음주 자제 등을 지시했고 최근 3년간 처리한 장기실종사건 전수조사에도 착수했다.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 등은 대기발령하고 감찰 중이다.
한편 경찰 역사상 최장 기간(1년3개월)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지낸 유재성 경찰청 차장이 2일 퇴임하면서 김종철 신임 차장이 대행까지 맡게됐다. 김 차장 겸 대행은 "경찰 수사와 행정에 대한 국민 불신이 임계점을 넘어선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며 업무 전반을 재설계 수준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장 자리는 1년9개월째 공석이다. 개혁기구는 늘어나는데 정작 조직의 최고 지휘부는 장기간 비어있는 상황이 역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