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 출범에도 감산 일정 ‘미정’…석화 구조조정 ‘실행력’ 시험대
입력 2026.09.01 15:18
수정 2026.09.01 16:46
110만톤 NCC 중단 시점 미정…3년간 단계적 감축
중복·저수익 설비 재편에 5800억…원가 절감 추진
1.2조 증자에 수익성 회복 관건…여수·울산 재편 영향
롯데케미칼 대산산단 NCC 설비 ⓒ롯데케미칼
국내 석유화학 업계 사업 재편 1호인 ‘H&L어드밴스드’가 1일 공식 출범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충남 대산 석유화학 사업을 하나로 묶어 공급 과잉 설비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사업 재편의 핵심인 연산 110만톤 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의 구체적인 가동 중단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법인 통합을 실질적인 감산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가는 것이 첫 과제로 꼽힌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케미칼은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H&L어드밴스드로 사명을 변경했다. 기존 HD현대케미칼의 지분은 HD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를 보유했지만, 합병 이후 양사가 각각 50%를 갖는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 대산사업장을 물적분할해 롯데대산석화를 설립했다. 이번 합병으로 롯데대산석화의 생산시설과 인력, 계약과 채무 등이 H&L어드밴스드로 넘어간다. 법인과 사업 주체는 하나로 합쳐졌지만 설비 재편은 앞으로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핵심은 롯데 대산공장의 NCC 가동 중단이다. 해당 설비는 나프타를 분해해 연간 11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다. 통합법인은 이를 줄이는 대신 기존 HD현대케미칼이 운영하던 연산 85만톤 규모의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HPC)를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다시 구축할 계획이다.
110만톤은 정부가 제시한 국내 NCC 감축 목표 270만∼370만톤의 약 30∼40%에 해당한다. 계획대로 가동이 중단되면 중국발 공급 과잉에 대응한 국내 최대 규모의 설비 감축 사례가 된다. 여수와 울산에서 추진되는 후속 사업 재편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실제 감산이 시작되는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롯데케미칼 측은 “기존 대산공장의 NCC 생산량을 점차 줄일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물량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생산량을 한꺼번에 줄이기 어려운 만큼 고객사별 공급 계약과 후속 공정 운영 상황에 맞춰 물량을 순차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NCC에서 생산한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다운스트림 설비의 원료로 사용된다. 기초유분 감산과 후속 제품 생산 계획을 함께 조율해야 공급 차질을 피할 수 있다.
범용 제품 설비 재편도 남아 있다. 통합 법인은 NCC뿐 아니라 양사 다운스트림 가운데 기능이 겹치거나 수익성이 낮은 설비의 가동도 줄일 예정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 또한 “양사의 범용 다운스트림 설비를 통합 운영해 설비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과 감축 규모, 실행 순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중복 설비에 따른 비용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양사는 남은 설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5800억원을 투자한다. 시설 통합과 생산 효율 향상에 2450억원, 고부가 제품과 에탄·바이오 나프사 활용 제품 확대에 3350억원을 투입한다. HD현대오일뱅크 정유 공정에서 나오는 중질유와 부생가스 등 저가 원료의 활용 범위를 넓혀 제조 원가도 낮출 방침이다.
재무구조 개선도 감산 실행과 맞물려 있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통합법인에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증자할 계획이다. H&L어드밴스드는 별도로 최대 1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추진한다.
정부도 지난 2월 사업 재편 승인 당시 금융·세제 지원과 원가 절감 방안 등을 포함한 2조1000억원 이상의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양사의 자구 노력과 정책 지원을 함께 투입해 통합 법인의 재무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에서다.
다만 자본을 확충하더라도 설비 가동률과 영업 현금 흐름이 회복되지 않으면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을 근본적으로 낮추기는 어렵다. 통합 전 양측의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HD현대케미칼은 방향족과 올레핀 제품의 스프레드 부진으로 지난해 430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110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지만, 대산 사업이 포함된 기초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23억원에 그쳤다. 해당 부문 매출이 3조9403억원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익분기점 수준이다.
통합 법인이 자본 확충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이익을 내야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본격화될 수 있다. 업계가 향후 3년간 H&L어드밴스드의 감산 이행과 실적 회복 여부를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를 시험대로 보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