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부동산 인터넷 광고, 협상가 대신 '단일가격' 표시 의무 합헌"
입력 2026.08.31 13:48
수정 2026.08.31 13:49
'경매 플랫폼' 영업권 기각…시장 질서 우선
"협상가 허용 시 교란"…2022년 이어 합헌
김상환(가운데)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병역법 제76조 위헌확인 등 8월 심판사건에 대한 선고를 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뉴시스
공인중개사가 인터넷에 부동산 매물을 광고할 때 거래 예정 금액을 협상가가 아닌 단일가격으로 표시하도록 한 국토교통부 고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국토부 고시 '중개대상물의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 제5조 제3호, 제6조 제3호 등에 대한 변호사 이모씨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지난 27일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쟁점이 된 고시는 공인중개사가 인터넷으로 부동산을 광고할 때 협상 가격이 아닌 거래가 예정된 단일 가격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2021년 11월 '부동산 인터넷 경매' 영업 방법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 매도인이 최저 매도 협상 가격과 입찰 기간을 정해 의뢰하면, 공인중개사가 이를 경매사이트에 광고한 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매수 희망자부터 오프라인에서 매도인과 중개 절차를 밟는 일종의 '부동산 경매 플랫폼' 사업이었다.
이씨는 이런 영업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는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토부에 질의했고, 국토부는 해당 고시에 따라 "거래 예정 금액은 단일가격으로 표시해야 한다"며 법령에 위배되는 방식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이씨는 2022년 12월 단일가격 표시 의무가 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우선 고시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봤다. 소비자에게 중개대상물 가격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표시·광고 가격과 실제 거래 조건 간의 괴리를 방지해 허위·과장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과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려는 취지라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이어 협상가 표시를 허용할 경우 낮은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인한 뒤 실제 상담 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이른바 '미끼 매물' 문제가 발생해 부동산 거래 질서가 문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단일가격 표시 하에서도 결국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자연스럽게 결정되며, 그 과정에서 급매물이 저렴하게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거래 질서가 교란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청구인 이 씨가 개업공인중개사가 아니며 경매 방식의 중개 영업이 기존에 허용된 적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를 금지하더라도 실질적인 피해가 크지 않아 영업의 자유 제한 정도는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또 공인중개사법과 시행령이 구체적인 표시·광고 방법을 국토부 장관 고시로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이씨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헌재는 해당 고시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영업의 자유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한편 이번 판결은 동일한 고시에 대해 2022년 12월 청구됐던 헌법소원이 기각된 이후 나온 두 번째 합헌 결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