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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버텼는데 이자까지"…자영업자 덮친 '금리 쇼크'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08.31 07:30
수정 2026.08.3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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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빚 1095조5000억으로 '역대 최대'

한은, 기준금리 0.25%p 올려…이자만 1.8조

상반기 폐업건수 62만4000건, 최대치 경신

정부, 연체자 빚 '삭감' 언급에 형평성 논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상권 내 한 점포 앞에 '권리금 없는 임대' 문구가 붙어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고금리·고물가·고임금의 '3고(高)' 파고 속 올해 상반기 폐업 건수도 역대 최대치다. 대출로 생계를 이어가던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현재 자영업자 대출의 약 65.5%가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자영업자 대출 65.5% 변동금리…이자 부담 1.8조 늘 듯


한국은행은 실제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1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차주 1인당 평균 56만원이 추가 부담된다. 이는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과 변동금리 비중 등을 토대로 산출한 수치다.


자영업자가 짊어진 대출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말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매출 부진을 견디는 과정에서 생계 자금과 가게 운영자금 등을 대출로 충당한 가운데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도 누적됐다.


특히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645조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58.9%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다중채무자의 이자 부담이 연간 1조1000억원 늘어나고, 1인당 평균 65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29일 오후 5시 서울 소재 한 음식점 거리의 모습.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못 버티겠다"…상반기 폐업 건수 '역대 최대'


실제 자영업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한 때 서울 중심 상권으로 일컫던 일부 지역만 해도 '무권리금'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대문구 신촌 한 공인중개사는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신촌에 '창업할 자리가 있느냐'는 문의가 많았고, 권리금도 부르는 게 값이었다"면서도 "요즘은 창업한다고 무턱대고 들어왔다 빚더미에 앉는 사람이 수두룩 하다"고 했다.


동대문구에서 개인 주점을 운영하는 김도훈씨(33)는 "유지하자니 재료들은 쓰레기가 되고, 폐업하면 빚만 남는다"며 "자영업자 상당수는 하루하루 이런 걱정 속에 살고 있을 거다. 하루만, 일주일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만 남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폐업 결정에 대한 고민 게시글이 상당수 게재되고 있다.


작성자 A씨는 "매달 마이너스 나는 것도 메우는 데 한계가 생겨 폐업을 결정했다"며 "폐업 후 빚만 쌓였다. 왜 했을까,(장사를 결심한) 그 때 (내가) 뭐에 홀렸나 싶다. 너무 화가난다"고 적었다.


B씨는 "폐업하면 코로나19 당시 받았던 대출 3000만원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데 도저히 형편이 안 돼 새출발기금 부실차주를 준비하려고 한다"며 "설상가상 내년에 새출발기금 제도도 없어진다는 말이 있어서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현실은 폐업 관련 지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중앙회의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9667억원(6만28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45억원(5만9277건)보다 15.8%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지급액이 1조485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폐업에 따른 공제금 지급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특히 영세 자영업자일수록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 비용 증가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매출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비용까지 늘어나면 버틸 여력이 빠르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부, 장기연체자 채무 '소각'·성실 상환자 '인센티브'


정부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장기연체 채무를 소각·조정하는 등 채무 부담 완화에 나섰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3년 은행권·정책금융 등으로 358조7000억원이 투입됐는데, 만기연장 조치 등을 통해 현재 약 43.1%(154조7000억원)의 상환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 중 3개월 이상 연체 된 대출 약 6조3000억원을 검토해 소각이나 삭감 등 감면 조치 액수와 대상을 4분기 중 발표할 방침이다.


성실 상환자에게도 금리 할인과 대출 한도 확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장기연체자에 대한 채무조정·소각을 두고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특히 정부가 언급한 성실 상환자를 대상으로 한 금리 할인은 정책자금 등 일부 대출에 적용되는 반면, 은행권이나 제2금융권에서 받은 나머지 대출의 이자 부담까지 낮춰주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자금 금리를 0.3%포인트 낮추더라도 은행과 제2금융권 등을 포함한 전체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 부담 증가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장기 연체자에 대한 재기 지원도 필요하지만 성실 상환하고 있는 차주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며 "일부 대출에 대한 단순 금리 할인보다 핀셋형 대책으로 금융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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