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대마 보내고 관광객 위장 입국…세관 통제배달 수사에 덜미
국제우편 ‘2차 저지선’서 마약 10건 적발
국경 넘어 배후조직까지 추적 강화
관련 이미지. ⓒ데일리안 AI 이미지 생성
대마 카트리지를 커피 봉지에 숨겨 국내 호텔로 보낸 뒤 관광객처럼 입국해 수령하려던 미국인이 세관의 통제배달 수사에 붙잡혔다. 다크웹과 가상자산을 이용해 마약을 주문하고 인공지능(AI)으로 수사기관의 추적 회피 방법까지 연구한 피의자도 약 4개월간의 추적 끝에 검거됐다.
관세청은 지난 4월부터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전국 5개 주요 우편집중국에 국제우편 ‘2차 저지선’을 설치해 운영한 결과 7월까지 마약류 10건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2차 저지선은 국경단계 검사를 통과한 국제우편물을 주요 우편집중국에서 다시 선별해 검사하는 이중 단속 체계다. 적발 건수는 안양집중국 5건, 부천과 대전집중국 각각 2건, 동서울집중국 1건이었다.
이 가운데 9건은 세관이 단독 수사했다. 관세청은 통제배달 등을 활용해 관련 밀수사범을 모두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통제배달은 세관이 적발한 불법 마약류를 수사관의 감시·통제 하에 정상적으로 배송해 실제 수취인을 검거하는 방식이다. 마약 밀반입을 단순 차단하는 것을 넘어 실제 밀수사범 및 배후 조직 검거를 위한 마약수사 분야의 핵심 기법이다.
호텔 수취지로 지정한 피의자…우편 받는 순간 검거
서울세관은 미국 국적 피의자가 대마 카트리지 4점을 커피 봉지에 숨겨 국제우편으로 국내 호텔에 발송한 사건을 적발했다.
피의자는 직접 마약을 들고 입국할 경우 적발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투숙할 호텔을 미리 수취지로 지정했다. 이후 평범한 관광객처럼 한국에 들어와 우편물을 수령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마 카트리지는 동서울우편집중국 2차 저지선에서 적발됐다. 서울세관은 출입국 당국 등과 공조해 피의자의 입국 여부와 이동경로, 투숙정보를 확인한 뒤 통제배달을 실시해 우편물을 받는 현장에서 검거했다.
인천공항세관은 태국에서 국제우편으로 야바 약 4000정을 들여온 조직도 추적했다.
이 조직은 해외 발송책과 국내 유통책, 수거책으로 역할을 나눴다. 지인의 집을 허위 수취지로 적은 뒤 택시기사를 통해 실제 수취지로 마약을 옮기려 했다.
세관은 첫 통제배달로 유통책을 검거한 뒤 공모관계를 확인하고 최종 수취지까지 다시 통제배달을 실시했다. 이후 오토바이를 타고 마약을 수거하러 온 조직원까지 검거했다.
대마 적발에서 MDMA 제조시설까지…수사 확대
단순 밀수 적발이 국내 마약 제조조직 수사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인천공항세관은 대마초를 밀수한 피의자를 통제배달로 검거한 뒤 수사를 확대해 베트남에서 MDMA 원료물질을 들여와 국내에서 마약을 제조하려던 조직원 2명을 추가로 붙잡았다.
이들은 밀수책과 제조책, 유통책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사건과 관계없는 베트남인의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책 거주지 인근 빌라를 임차해 실험도구와 알약제조기 등 제조시설까지 갖췄다.
세관은 최초 검거자의 통관정보와 관련 자료를 분석해 공범과 추가 범행을 확인하고 제조시설을 적발했다.
대마 씨앗을 밀수한 뒤 직접 재배해 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인천공항세관은 태국에서 대마와 대마 씨앗, 대마젤리 등을 휴대 반입한 피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재배 정황을 포착했다.
자택 압수수색에서는 LED 조명과 암막텐트, 환풍기 등 재배시설이 발견됐다.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후속 수사를 통해 직접 재배한 대마를 국내에 판매한 정황도 확인했다.
다크웹 주문에 AI로 추적 회피 연구…4개월 끝에 검거
서울세관은 다크웹과 가상자산을 이용해 마약을 주문하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한 피의자도 검거했다.
피의자는 허위 수취지와 품명을 사용하고 거래대금을 가상자산으로 지급했다. AI를 이용해 수사기관의 추적 회피 방법까지 연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관은 국제우편 배송조회 과정에서 남은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해 피의자 신원을 특정했다. 이후 데이터 사용내역과 실시간 위치정보 등을 토대로 약 4개월 동안 이동 동선과 생활패턴을 추적했다.
결국 귀가하던 피의자를 검거했고 자택 압수수색에서 다크웹 구매기록 등을 확보해 혐의를 입증했다.
관세청은 현재 전국 39개 마약수사팀에서 특별사법경찰 325명이 마약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적발한 마약류는 954건, 1054㎏이며 이 가운데 859건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마약수사 전담 인력도 기존 약 100명에서 325명으로 확대했다. 하반기에는 피의자의 도주와 저항 등 고위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물리력 대응팀을 신설할 예정이다. 오는 12월에는 인천공항과 서울, 부산세관에 배치할 무도직렬 관세직 15명도 신규 채용한다.
테이저건 등 수사장비와 추적·감시장비를 확충하고 디지털 포렌식, 가상자산 추적·분석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국경단계에서 마약류를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제배달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활용해 국내 최종 수취인과 배후 조직까지 검거하고 있다”며 “마약류 밀수와 국내 유통 조직을 끝까지 추적해 국민과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마약을 근절하는 데 세관 수사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