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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예외 신청 절반이 제조업…산업계가 '7일의 벽'에 막힌 이유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8.26 10:56
수정 2026.08.26 10:56

지난해 특별연장근로 7111건…올 상반기도 3367건 인가

신청 47.8% 제조업 집중…올해 65.5%는 '업무량 폭증'

조선은 인력난·방산은 수출·반도체는 R&D…AI까지 유연화 요구

반도체에서 시작된 주52시간제 논쟁이 산업계 전반의 근로시간 유연화 문제로 번지고 있다.ⓒ데일리안 AI 이미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둘러싸고 다시 불붙은 주52시간제 논쟁의 중심에는 '52'라는 숫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은 숙련인력 부족, 방산은 수출 납기, 반도체는 기술개발, 자동차·인공지능(AI)은 시험과 오류 수정 등 산업마다 일이 집중되는 이유와 시기가 제각각이다.


산업 현장의 수주와 개발 일정은 몇 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이어지는 반면 주52시간 상한의 기본 산정 단위는 1주, 즉 7일이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논쟁이 산업계 전반의 근로시간 유연화 문제로 번지는 배경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별연장근로는 7653건이 신청돼 7111건이 인가됐다. 2024년 6389건보다 11.3% 늘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3367건이 인가됐다. 특별연장근로는 업무량 급증이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등 정해진 사유가 있을 때 근로자 동의와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주52시간 상한을 넘어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다.


제조업 쏠림은 업종별 현황에서 뚜렷하다. 2024년 1~11월 특별연장근로 신청 6112건 가운데 제조업이 47.7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전체 신청의 절반 가까이가 제조업에 집중된 셈이다.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도 R&D보다 갑자기 일이 몰리는 문제였다. 올해 상반기 특별연장근로 신청 가운데 65.5%가 '업무량 폭증'을 이유로 이뤄졌다. 2024년 64.0%, 지난해 59.1%에 이어 올해도 전체 신청 사유의 절반을 훌쩍 웃돌았다.

산업마다 다른 시간표

산업별로 일이 몰리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조선업은 수주가 늘어도 숙련인력을 단기간에 확충하기 어렵고 선박 건조 막바지와 시운전·인도 과정에 업무가 집중된다.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이 심화했던 2022년 조선 등 제조업종에 대해 업무량 폭증을 이유로 한 특별연장근로 활용 가능 기간을 연간 90일에서 최대 180일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방산은 수출 증가가 변수다. 최근 수년간 대규모 수출계약이 이어지면서 생산과 납기 대응을 위한 특별연장근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올해도 방산업계에서는 늘어난 국내외 물량을 맞추기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에서는 생산라인보다 R&D 인력의 근로시간이 쟁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반도체 R&D 분야 특별연장근로의 1회 인가기간을 기존 최대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2024년 반도체기업의 R&D 특별연장근로 신청 32건은 모두 인가됐다. 지난해에는 46건을 신청해 45건이 인가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5건, SK하이닉스는 3건을 신청해 모두 인가받았다.


다만 정부가 이미 확대한 6개월 특례의 실제 활용도는 높지 않다. 지난해 3월 제도 개편 이후 반도체 R&D 분야 특별연장근로 62건 가운데 인가기간을 6개월로 신청한 사례는 4건(6.4%)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해 들어 6개월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지 않았다.


예외 요구는 AI로도 번지고 있다. 노동부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이행점검단은 지난 6월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를 찾아 AI R&D 분야의 특별연장근로 확대 필요성과 노동자 건강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현장에서는 자율주행 AI의 도로시험과 안전성 검증 과정에서 오류 원인을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단계에 연속적이고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가운데)이 지난 7월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 52시간 규제 철폐' 담은 '반도체 특별법 개정안' 국회 제출 기자 회견에 참석해 이 법을 발의한 고동진 의원과 함께 법안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현행 제도로 충분한가"…엇갈린 셈법

현행 제도에도 업무량 변화에 대응할 장치는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사 합의에 따라 최대 6개월 단위로 근로시간을 배분할 수 있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신상품·신기술 R&D 업무에서 정산기간을 최대 3개월까지 운영할 수 있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수주나 납기 변경, 설비 문제, 시험 결과에 따른 연구 일정 변경처럼 업무가 언제 몰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다. 미리 근로시간을 배분하기 어려워 특별연장근로가 또 다른 통로가 된다. 산업계가 단순히 근로시간 상한 자체보다 근로시간을 배분하는 단위와 절차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반면 현행 제도로도 상당한 수준의 예외가 허용되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특별연장근로 신청 대비 인가율은 2024년 94.0%, 지난해 92.9%, 올해 상반기 92.1%로 3년 연속 90%를 웃돌았다. 지난해 세 차례 이상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은 사업장도 887곳이었다.


특별연장근로는 일시적·예외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예외 확대가 장시간 노동의 상시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부는 지난 7월부터 특별연장근로 반복 신청이나 교대제 운영 과정에서 위법이 의심되는 전국 1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장시간 노동 기획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제조업체 45곳을 감독한 결과 24곳에서 연장근로 한도 초과가 적발됐고 5곳은 특별연장근로 인가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가특구로 옮겨붙은 논쟁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특별법은 이런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현행 특별연장근로는 정해진 사유와 기간을 심사해 한시적으로 초과근로를 허용하는 반면 메가특구를 둘러싸고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유연근무제 등 보다 폭넓은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쟁점은 현행 예외제도가 산업 현장의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느냐다. 90%를 웃도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율과 반도체 6개월 특례의 낮은 활용률은 현행 제도로도 대응 여지가 있다는 반론에 힘을 싣는다. 반대로 산업계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근로자 동의와 정부 인가를 거쳐야 하는 방식이 기술개발과 수주·납기의 속도를 따라가기에 충분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주52시간제를 둘러싼 쟁점은 '52시간을 늘릴 것이냐 줄일 것이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의 시간표는 수주·납기와 연구개발 일정에 따라 몇 주에서 수개월 단위로 움직이는 반면 주52시간 상한의 기본 산정 단위는 7일이다. 총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유연하게 대응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고용노동부 발주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수행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마련을 위한 노동시간 제도개선 포럼' 최종보고서는 “일률적인 노동시간 상한 규제는 기업의 생산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며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동반한 노동시간 단축 방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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