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한국야구 성지’ 마지막 경기는 10월 7일 두산 vs LG
10월 7일 LG와 두산의 경기 끝으로 문 닫아
한국야구의 성지, 낡은 시설로 철거 수순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 수순을 밟는 잠실구장. ⓒ 뉴시스
2026 프로야구 정규시즌의 마지막 날, 한국 야구를 상징해 온 잠실구장이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미편성 경기 45경기와 우천 취소 등에 따른 재편성 경기 60경기를 포함한 총 105경기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잔여 경기 일정을 발표했다.
정규시즌 최종일인 10월 7일에는 5개 구장에서 10개 구단이 동시에 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잠실에서는 두산과 LG가 맞붙고, 고척에서는 한화와 키움, 인천에서는 NC와 SSG, 수원에서는 삼성과 KT, 부산에서는 KIA와 롯데가 각각 격돌한다.
시선이 쏠리는 곳은 단연 잠실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오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마감하는 잠실구장에서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실을 함께 홈으로 사용하며 수십 년간 같은 지붕 아래 살아온 두산과 LG의 맞대결이다.
어쩌면 이보다 더 상징적인 마지막은 없을지도 모른다. 잠실구장은 1982년 개장 이후 한국 프로야구의 중심에 서 있었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이었던 MBC 청룡을 시작으로 LG가 그 역사를 이어받았고, OB 베어스 역시 1985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뒤 잠실을 홈으로 사용했다. 이후 OB가 두산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잠실은 변함없이 두 팀의 공동 홈이었다.
같은 구장을 쓰면서도 두 팀이 만들어낸 야구의 색깔은 달랐다. LG는 잠실을 상징하는 가장 오래된 야구 브랜드 가운데 하나였다. MBC 청룡 시절부터 이어진 역사와 함께 1990년, 그리고 1994년의 우승은 잠실구장을 유광점퍼의 도가니로 물들였다. 오랜 암흑기를 지나 다시 정상에 오른 2023년의 감격 역시 잠실을 중심으로 완성됐다.
두산 역시 잠실의 또 다른 주인이었다. 서울 연고 이전과 이후 두산은 잠실에서 숱한 가을야구를 치렀고, 특유의 끈질긴 야구로 한국시리즈 단골손님이 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전성기는 잠실구장을 가을마다 야구 열기로 가득 채웠다.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 수순을 밟는 잠실구장. ⓒ 뉴시스
두산과 LG가 만나는 잠실 더비는 단순한 지역 라이벌전이 아니었다.
같은 홈구장을 사용하는 두 팀은 원정과 홈의 경계마저 묘한 풍경을 만들었다. 전광판과 응원석, 덕아웃의 위치만 달라질 뿐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도, 팬들이 찾는 야구장도 같았다. 그래서 두 팀의 맞대결은 언제나 다른 의미를 품었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정규리그 한 경기였을지 몰라도 잠실을 공유하는 두 팀의 팬들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승부였다. 한쪽이 웃으면 다른 한쪽은 잠실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렇게 수십 년간 이어진 ‘한지붕 두 가족’의 경쟁이 잠실구장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라는 역사적인 장면으로 귀결된다.
물론 10월 7일 두산과 LG의 경기는 어디까지나 정규 시즌에 한해서다. 두 팀 또는 한 팀이라도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정규리그 이후에도 잠실의 불은 다시 켜질 수 있다. 그럼에도 정규리그의 마지막 장면이라는 상징성을 지녀 그 상징성은 높게 평가하기 충분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 수순을 밟는 잠실구장. ⓒ 뉴시스
세월의 흐름은 피할 수 없었다. 낡은 시설과 시대의 변화 속에서 잠실구장은 결국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선택이지만, 오랜 세월 이곳을 찾았던 야구팬들에게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야구팬들에게 잠실구장은 처음 야구를 보러 간 장소였고,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수많은 시간을 보낸 추억의 공간이었다.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경기 막판 전광판의 시간을 확인하며 끝내기를 기다렸던 순간들이 모두 잠실이라는 이름과 함께 남아 있다.
철거 이후 새로운 야구장이 들어서고, 더욱 현대적인 시설이 팬들을 맞이하게 되지만 오래된 잠실구장이 가진 시간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 10월 7일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 야구의 중심에 있었던 잠실구장이 정규리그의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