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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계엄선포문' 강의구 2심도 실형…'작성·행사 유무죄' 판단 살펴보니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8.24 16:44
수정 2026.08.24 16:45

'국무회의 심의 거친 것처럼 보이게 할 의도' 공소사실 안 받아들여

尹 및 한덕수 전 총리 사건서도 반복된 '작성 유죄·행사 무죄' 판단

법조계 "대통령 등 서명 받아 계엄 선포 외관 갖추려 작성, 특수성 있어"

비상계엄 이후 사후 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이후 사후 계엄선포문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 사흘 뒤 작성된 문서에 '12월3일'을 기재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서명을 받은 행위가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해당 문서를 실제로 외부에 행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3부(고법판사 김민아·이승철·조진구)는 이날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실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강 전 실장과 특검의 항소는 모두 기각됐다.


강 전 실장은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사흘 뒤인 2024년 12월6일 계엄 선포문 표지를 작성한 뒤 윤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부서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실제 문서가 작성된 시점은 계엄 선포 이후였지만 표지에는 '2024년 12월3일'이라고 기재해 마치 계엄 선포 당시부터 해당 문서가 존재했던 것처럼 만든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를 1심과 마찬가지로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윤석열 등의 서명 일자와 실제 문서 작성일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사후 계엄선포문이 비상계엄 선포가 사전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외관을 만들기 위해 작성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특검이 주장한 것처럼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처럼 보이게 할 의도로 문서를 작성했다는 구체적인 공소사실까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내용이 선포문에 직접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강 전 실장이 사후 선포문을 폐기한 행위도 유죄로 판단됐다.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당 문서를 폐기한 행위가 공용서류손상 및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1심 판단을 항소심도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는 1심에 이어 무죄로 판단했다. 강 전 실장이 작성한 문서를 사무실 서랍에 보관했을 뿐 외부에 제시하거나 실제 공문서로 사용했다고 볼 만한 행위는 없었다는 취지다. 허위공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를 '행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데일리안DB

강 전 실장 사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사건에서도 반복된 '작성 유죄·행사 무죄' 판단이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방해 등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사후 계엄선포문을 허위로 작성하고 폐기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지만 행사 혐의는 무죄였다. 이 부분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한 전 총리 역시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으면서 사후 계엄선포문에 서명하고 이를 폐기한 행위에 대한 허위공문서 작성 및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세 사람의 사건을 놓고 보면 사후 작성된 계엄선포문 자체를 만들어 적법한 계엄 선포의 외관을 갖추려 한 행위와 이를 폐기한 행위에는 형사책임이 인정된 반면, 문서를 외부에 실제로 제시하지 않고 보관한 것만으로는 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공통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허위공문서 작성죄와 행사죄를 구분해 판단한 법원의 기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허위공문서 작성죄와 행사죄는 각각 별도의 구성요건을 갖추고 있어 허위 문서를 만들었다고 해서 곧바로 행사죄까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문서가 실제 외부에 제시되거나 공적인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내부에 보관됐다가 폐기됐다는 점에서 법원이 행사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기존 법리에 따른 판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사후 계엄선포문은 단순한 내부 문서와 달리 대통령 등 관계자들의 서명을 받아 계엄 선포의 외관을 갖추려는 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이런 행위를 행사죄와 별개로 어디까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앞으로도 법리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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