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물가 압력…한은, '8월 vs 10월' 인상 시기 고심
성장률·가계빚에 '추가 인상' 무게
8월 연속 인상이냐, 10월 관망이냐
환율 안정에 인상 시점은 셈법 분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7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융시장의 시선이 통화정책방향회의로 쏠린다.
견조한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제 성장률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물가 압력과 가계부채가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자극하고 있어서다.
시장은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 곧바로 연속 인상에 나설지, 아니면 숨을 고른 뒤 10월에 인상 카드를 꺼낼지 주목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7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현재 연 2.75%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금통위의 핵심 쟁점은 인상 타이밍이다.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 자체에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지만, 8월에 연속으로 올릴지 혹은 10월 금통위로 시점을 미룰지를 두고 의견이 나뉜다.
인상 요인으로는 뚜렷한 경기 개선과 이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이 꼽힌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대에 안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1.8%)의 높은 성장에 따른 역기저효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5월 한은 전망치(0.2%)의 3배에 달하는 0.6% 성장을 이어갔다.
상반기에 이미 높은 수준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만큼, 남은 3·4분기에 전기 대비 분기 평균 -0.1% 수준만 넘겨도 연간 3%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지난 5월 제시했던 연간 전망치(2.6%)를 상당 폭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기 호조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내려왔고 생활물가지수도 2.5%로 낮아졌지만, 기조적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 분기 대비 3.6% 증가해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소득 여건 개선이 내수 소비와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상대 전 한은 부총재 역시 최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호조세가 임금 인상 등을 통해 내수로 파급되며 물가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며 "성장은 양호하고 물가 상승세는 지속되며 금융 안정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 반등과 맞물린 가계부채 급증세도 매파적 통화정책을 뒷받침한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한 분기 만에 25조9000억원이 불어나 4년 9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 중 가계대출 잔액만 1891조3000억원으로 24조9000억원 늘어나며 전 분기 대비 두 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주택 매매 거래 증가로 주택담보대출이 12조2000억원, 기타대출이 12조8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반면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10월로 인상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배경은 원·달러 환율의 안정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주간 종가 기준 1397.7원을 기록하며 10개월 만에 130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어 지난 24일에도 1380원대를 오르내리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연속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 등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 21일 취임한 권민수 한은 신임 부총재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장률과 물가, 가계부채 지표만 보면 연내 추가 인상 명분은 충분한 상황"이라면서도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앉았고 지난달 이미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만큼, 이번에는 정책 효과를 지켜본 뒤 10월 인상을 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