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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보다 더 큰 웃음”…마술과 코미디 섞은 ‘더블’의 90분 [현장]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8.23 11:06
수정 2026.08.23 11:07

FISM 세계 마술 챔피언 노베르 페레·유럽 챔피언 찰리 매그 참여

손수건·로프·와인부터 QR 빙고까지…관객과 함께 완성한 퍼포먼스

고난도 기술보다 의상·음악·몸짓·언어유희로 살린 코미디 매직

마술은 꼭 관객을 놀라게 해야만 할까.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더블’(dobble)은 화려한 기술의 난도를 겨루기보다 마술에 코미디와 음악, 관객 참여를 얹어 웃음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김민형, 노베르 페레, 찰리 매그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22일 부산 부산진구 KT&G 상상마당 부산 라이브홀에서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 프로그램 ‘더블’이 펼쳐졌다. FISM 세계 마술 챔피언 노베르 페레와 그의 어시스턴트인 유럽 마술 챔피언 찰리 매그, 코미디 마술사 김민형이 무대에 올라 비주얼 매직과 코미디를 선보였다.


첫 무대에 오른 김민형은 샛노란 수트부터 시선을 끌었다. “마술에는 복장이 중요하다”고 운을 뗀 그는 빨간 손수건을 이용한 마술에 직접 내는 효과음과 과장된 리액션을 더했다. 마술 자체의 난도를 강조하기보다 손수건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순간마다 음악과 표정을 활용해 관객을 혼란시키고 웃음을 끌어냈다.


체크무늬 손수건과 오렌지주스, 계란을 이용한 마술에서는 동작을 슬로모션처럼 반복해 보여주며 퍼포먼스의 재미를 살렸다. 그는 “복장을 잘 갖추고 여러분과 함께했을 때 마술이 된다”고 말하며 관객과 호흡하는 방식에 방점을 찍었다.


로프 마술에서는 전문 보조자 대신 객석의 일반 관객을 무대로 불러냈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순서도 따로 마련했다. 검은 상자에서 커다란 곰 인형이 등장하자 어린이 관객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터졌다.


신세대 기술도 마술 도구가 됐다. 김민형은 QR코드를 활용한 빙고 게임을 진행하며 관객에게 직접 선택하게 했다.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이야기로 시작해 관객이 고른 카드에는 모두 동그라미가, 선택하지 않은 카드에는 모두 X가 표시돼 있음을 공개했다. 그는 “여러분의 선택이 올바른 공연이길 바란다”며 결과 자체보다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했다.


노베르 페레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이어 등장한 노베르 페레는 “여기 와서 억수로 기뻐예”라는 부산 사투리로 인사를 건네며 객석과 거리를 좁혔다. 그는 작은 공을 손가락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묘기를 선보인 뒤, 공연 초반부터 놓여 있던 ‘서프라이즈 박스’를 예언 상자라고 소개했다. 구두를 사고 싶다고 말한 뒤 상자에서 새 구두를 꺼내 직접 갈아 신으며 웃음을 더했다.


찰리 매그의 무대는 보다 시각적인 쇼였다. 야광봉을 현란하게 돌리며 손에서 떨어진 듯한 물체가 다시 움직이는 마술을 선보였고, 마지막에는 폭죽까지 더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장미꽃을 활용한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장미를 입에 문 채 등장한 그는 꽃잎에 불을 붙이고, 빨간 천과 장미를 이용해 춤을 추듯 마술을 이어갔다. 별도의 설명 없이 장미가 사라졌다 다시 등장하는 장면을 음악과 동작으로 연결하며 하나의 쇼처럼 완성했다.


후반부에는 노베르 페레의 코미디 색깔이 더 짙어졌다. 무대 세팅을 위해 등장한 스태프와 서로 더 깊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다 결국 바닥에 엎드리는가 하면, 아기 울음소리와 옹알이, 모기 소리까지 입으로 흉내 내며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모기를 발견해 잡아 죽인 뒤 장례까지 치러주는 과정을 옹알이와 몸짓만으로 표현하면서 객석의 집중을 끌어냈다. 루이비통 가방을 꺼낸 뒤 “이게 제 이미테이션”이라고 말하는 언어유희까지 더했다.


‘더블’은 마술 기술의 난도로 압도하는 공연과는 결이 달랐다. 손수건이나 로프처럼 익숙한 마술도 의상과 음악, 말투와 표정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웃음이 됐다. 말없이 움직임만으로 보여주는 찰리 매그의 비주얼 퍼포먼스부터 관객과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김민형, 마임과 언어유희를 섞은 노베르 페레까지 서로 다른 방식이 이어지며 하나의 코미디 마술쇼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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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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