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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출항식 없이 배 띄운다…‘K-해양강국’ 명운 걸고 22일 출발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8.20 18:00
수정 2026.08.20 18:00

해수부 국정과제 ‘북극항로 시범운항’

22일 부산 신항서 45일 여정 시작

2758TEU 규모에 837TEU 선적

출항식 생략…미국 등 의식한 듯

오는 22일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출항을 앞둔 '팬스타 아크로호' 모습. ⓒ해양수산부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이 22일 부산에서 출항한다. 컨테이너선이 실제 화물을 싣고 북극을 가로지르는 것은 한국 최초다. 국정과제인 ‘K-해양강국’ 건설의 첫걸음이자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이후 첫 대형 국책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다.


다만 국책 사업에 대한 국민 기대치와 달리 정부는 출항식을 생략하고 조용히 배를 띄우기로 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양수산부는 20일 국정과제인 ‘북극항로 개척을 통한 신무역로 선점’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우리나라 최초 북동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을 22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운항에는 팬스타라인닷컴의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투입된다. 해당 선박은 팬스타 측이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 보증으로 선박 대금의 90%를 대출받아 구매했다.


선박은 부산항 신항을 출발해 북동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순차적으로 기항한다. 이후 북동항로를 통해 부산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22일 부산을 출발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내달 9일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15일 폴란드 그단스크항을 거쳐 10월 5일께 부산항으로 돌아온다. 총 운항 거리는 2만9768㎞, 운항 기간은 45일이다.


화물 선적량은 그동안의 예상치를 밑돈다. 2758TEU 규모 선박에 실제 싣는 화물은 837TEU로 3분의 1이 못 된다. 해수부는 그동안 1300TEU 정도 화물을 확보했다고 말해왔는데, 최종 선적량과는 차이가 컸다.


이에 팬스타 관계자는 “저희가 준비 과정에서 조금씩 (운항 일정이) 딜레이 된(늦어진) 부분도 있고, (선박 구매가 늦어) 영업하는 활동 기간이 짧았다”며 “향후 정기적으로 배를 출항시키고 정기 항로를 띄운다면 화물 영업에 많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팬스타 아크로호에는 ▲화학제품 363TEU(43.4%) ▲중고차 141TEU(16.8%) ▲자동차 부품 113TEU(13.5%) ▲금속제품 48TEU(5.7%) ▲제지 20TEU(2.4%) ▲기타 152TEU(18.2%)가 실린다.


해수부는 시범운항에서 실제 화물 운송을 통해 북동항로의 기술·환경·상업적 활용 가능성과 함께 화주와 물류기업 이용 수요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수호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이 20일 북극항로 시범운항 관련 기자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韓 최초 컨테이너선 북극 운항


실제 화물을 담은 한국 컨테이너 선박이 북극항로를 지나는 것은 최초다. 2016년 다른 선박이 북극을 통과한 적은 있으나 상업 운항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번 항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 왔다.


다만 기대와 달리 팬스타 아크로호는 출항식도 생략한 채 조용히 닻을 올릴 예정이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나는 북극항로(북동항로)는 노선의 3분의 2가량이 러시아 영해를 지난다. 러시아는 현재 유럽연합(EU),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는 국가다. 우리도 경제제재 일부 내용에 동참 중인 국가다.


이 때문에 이번 북극항로 운항이 자칫 러시아에 경제적 이익을 줄 경우 경제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정부는 이런 예민한 문제를 의식해 최대한 조용한 출항을 결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수호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20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출항에 앞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선박과 화물 확보, 선원 구성, 보험 가입, 비상대응체계 마련 등 운항에 필요한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팬스타 아크로호에 승선하는 선장과 항해사는 모두 극지 해역 운항 전문교육을 이수했다.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이자 북극항로 운항 경험이 있는 ‘아라온호’의 현 항해사가 일등 항해사로 승선해 운항을 지원한다.


해수부는 이번 시범 운항을 통해 북동항로 운항 거리와 소요 기간, 연료 소모량, 운항비용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실증자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북극항로 경제성을 분석하고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북동항로 외에도 북서항로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국제협력도 병행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울산항만공사와 해진공은 지난 5일 극지운항 경험이 풍부한 네덜란드 해운기업과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세 기관은 앞으로 극지항행 정보와 운항 경험을 공유하고, 북서항로를 통한 화물 수요 발굴에도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수호 본부장은 “이번 시범운항은 실제 선박과 화물을 통해 북동항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첫걸음”이라며 “안전과 국제규범 준수를 최우선으로 끝까지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북서항로 협력도 차근차근 준비해 우리 해운·조선·항만·물류산업이 미래 북극항로 시장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북극항로 시범운항 경로. ⓒ해양수산부
북동항로와 북서항로 비교. ⓒ해양수산부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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