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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로 번진 ‘이익 나누기’ 논쟁…순이익 연동은 성과인가 배당인가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8.19 14:54
수정 2026.08.19 14:55

현대차 노조, 순이익 30% 요구…10년만에 전면파업

R&D·설비투자 차감 뒤 남는 순이익…투자 재원과 충돌

손실 위험은 주주 몫…리스크 없이 이익 배당 가져가는 구조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노조가 교대조별로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한 지난 12일 오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조기 퇴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순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완성차로 번지면서 노사 갈등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임금을 얼마나 올릴지가 아니라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가 교섭의 중심에 서면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18일 울산공장에서 16차 본교섭을 열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19일부터 이틀간 조별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21일에는 8시간 전면파업에 나선다. 전면파업은 지난 2016년 단체교섭 이후 10년 만이다.


쟁점의 한복판에 노조가 요구한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이 있다. 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 10조3648억원을 기준으로 약 3조1094억원 규모다.


노동자 성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순이익’


성과급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인과 위에 선다. 그러나 순이익은 노동자의 성과로만 결정되기엔 많은 변수가 있다.


연결 당기순이익에는 노동의 기여 외에 해외 판매가격과 환율, 금융사업, 지분법 손익, 비지배주주 몫이 함께 반영된다.


일례로 현대차의 2분기 매출 49조2153억원 가운데 금융 및 기타 부문이 12조3829억원을 차지했고, 환율 효과만으로 영업이익이 2380억원 개선됐다. 이는 울산 생산라인과 무관한 요인이다.


법원의 판단도 같은 지점을 짚는다. 대법원은 당기순이익 연동 성과급에 대해 지급 기준인 당기순이익이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근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판단했다.


통제할 수 없는 지표에 연동된 보상은 동기부여 기능을 잃고 분배 지분만 남는다는 역설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에 따르면 잔여 이익에 대한 배당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하게 돼 있다”며 “성과급은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몫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R&D 늘릴수록 줄어드는 성과급 재원…투자와 분배 충돌


순이익 연동 성과급을 정형화할 경우 모순이 더 부각될 수 있다.


순이익은 연구개발(R&D)비, 설비투자 등을 모두 차감한 뒤 숫자다. 현대차가 지난해 집행한 R&D 비용은 5조5000억원으로, 노조 측의 요구액은 그 절반을 웃돈다. 미래를 위한 지출이 성과급 재원을 깎을 수 있다는 구조가 성립된다.


회사는 미국 조지아 공장과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 차세대 배터리, 소프트웨어중심차(SDV) 플랫폼 구축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순이익 연동이 협약에 명문화되면 조합원 입장에서 투자 확대는 자기 몫을 줄이는 행위가 된다.


회계 재량이 분배 결정으로 직결되는 만큼, 교섭 전선이 임금에서 재무제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순이익의 상당 비중을 근로자에게 고정적으로 지급하게 되면 그만큼 탄력성이 사라져 재원 운영의 경직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 배분의 비대칭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주주는 투자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배당을 받지만 노동자는 적자가 나도 임금을 반환하지 않는다. 이익 연동형 성과급이 제도화되면 인건비 중 고정비 비중이 높아지는 셈이다.


박 교수는 “이익의 일부를 떼어 근로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근로자들은 아무런 리스크나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이익 배당을 가져가는 결과가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성과 배분, 실적 증가 속도 못 따라가”


노동계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 노조는 성과 배분이 실적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조 자체 분석에 따르면 2020년을 100으로 놓았을 때 지난해 영업이익은 520까지 늘어난 반면, 직원 1인 평균 급여는 140에 그쳤다. 같은 기간 임원 보수는 220으로 집계됐다.


이종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현대차 사내 유보금은 2017년 11조4천억원에서 작년 101조4천억원으로 불어났다”며 “조합원의 땀으로 눈부신 성과를 만들었지만 돌아온 건 공정 분배가 아닌 회사의 이윤 독식이었다”고 지적했다.


논의는 개별 사업장 교섭을 넘어 입법 의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7일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 정의 규정을 개정해 이익배분 등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을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정부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관련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은 개인 성과 기반 차등 지급, 일본은 실적을 반영한 상여금 협상, 프랑스는 법정 산식에 따른 이익참여제를 운영하는 등 일정 비율을 고정 지급하는 방식은 해외에서 드물다는 것이 경총의 설명이다.


이에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교수는 “지급금 산정 공식을 명확하게 문서화하고 노사가 함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성과급은 성과가 명확하게 측정된 뒤 지급하는 것이지 비율을 정해 요구할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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