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값 억제책 자랑하던 李정부 '10·15 대책'…서울 아파트값 '6.8%' 올랐다
입력 2026.08.19 10:23
수정 2026.08.19 10:28
10·15 대책 시행 후 8개월 만에 상승세
상승폭 일시 둔화 후 올 4월부터 급등
비규제지역 거래 증가, '풍선효과' 우려
김미애 "규제지역 추가하는 대응 중단해야"
서울 주택 전경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8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6.8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규제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당시 정치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주거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무시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대을·재선)이 19일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5년 10월 지수 대비 2026년 6월 지수가 6.84% 상승했다. 같은 기준으로 수도권은 4.22%, 전국은 2.22% 올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 및 경기도 일부 지역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와 매매거래량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등 주택시장 불안이 확산되자, 주택시장 과열 양상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초강력 대책이다.
기존 규제 지역인 강남3구·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 구 전역과 한강 이남의 경기도 12곳 등 총 37곳을 조정대상 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 지역'으로 묶고 금융규제까지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국민의힘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과도한 부동산 규제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청와대는 "급격한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강행했다.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한때 둔화됐지만, 다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지역의 거래량이 줄어든 사이 경기 비규제 지역에서는 거래가 증가해 '풍선효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규제 지역 지정 직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일시적으로 둔화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월간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431%에서 11월 0.812%로 낮아졌다. 이후 12월 0.868%, 올해 1월 1.070%로 다시 확대됐다가 2월 0.740%, 3월 0.342%로 축소됐다.
그러나 4월 0.545%, 5월 1.060%, 6월 1.211%로 3개월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6월 상승률은 규제 지역 지정 전월인 지난해 9월(0.585%)의 두 배를 넘어섰고, 대책 발표 당월인 지난해 10월(1.431%) 수준에도 근접했다.
다만 이번 가격 변동률은 2025년 10월과 2026년 6월의 월간지수를 비교한 결과다. 2025년 10월 월간지수에는 규제 시행일인 10월 16일 전후의 조사 결과가 함께 반영될 수 있다. 제출 자료의 경우, 올해 6월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금리와 주택 공급량 등 다른 변수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탓에 단순한 지정 전후 비교만으로 규제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규제 지역과 비규제 지역에서 거래량이 엇갈린 결과도 나왔다. 규제 지역 지정 전 5개월인 지난해 5~9월과 지정 후 5개월인 지난해 11월~올해 3월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비교한 결과, 서울은 3만 7470건에서 2만 7243건으로 27.3% 감소했다. 경기 규제 지역 12곳도 2만 3304건에서 1만 5359건으로 34.1%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경기 비규제 지역의 거래량은 4만 7638건에서 5만 6253건으로 18.1% 증가했다. 인천도 1만 3384건에서 1만 4003건으로 4.6% 늘었다.
주목할 점은 경기 전체 거래량이다. 같은 기간 7만 942건에서 7만 1612건으로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도(道) 전체 거래량은 사실상 제자리였지만, 규제 지역에서 7945건 감소한 반면 비규제 지역에서는 8615건 증가해 거래의 지역별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올해 1~5월 경기 비규제 지역의 거래량은 5만 8633건으로 규제 지역 지정 전 5개월보다 23.1% 많았다. 최근 5개월 거래량이 1000건을 넘는 경기 비규제 지역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군포시다. 1221건에서 2172건으로 77.9% 늘었다. 용인시 기흥구는 2338건에서 4027건으로 72.2% 증가했다.
이어 △안양시 만안구 60.0% △부천시 소사구 45.8% △고양시 덕양구 43.3% △부천시 원미구 39.4% △평택시 31.4% △양주시 31.0%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정부는 지난 7월 1일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조정대상 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이들 지역이 지난해 10월 지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지 약 8개월 만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올해 1~5월 거래량을 지난해 5~9월과 비교하면 구리시는 1779건에서 2166건으로 21.8%, 화성시는 6647건에서 8228건으로 23.8% 증가했다. 다만 화성시 수치는 시 전체 기준으로 동탄구는 올해 행정구 신설로 지난해 구별 거래량 자료가 없어 증감률을 따로 산출할 수 없다.
서울에서도 자치구별 거래량 흐름이 엇갈렸다. 올해 1~5월 거래량을 지난해 5~9월과 비교하면 마포구는 50.2%, 광진구는 48.2%, 강동구는 41.1% 감소했다. 동작구와 성동구, 영등포구도 각각 39.8%, 29.1%, 26.5% 줄었다.
반면 금천구는 50.4%, 노원구는 47.0% 증가했다. 강북구와 도봉구도 각각 38.9%, 36.7% 늘었고 은평구는 25.5%, 관악구는 15.0%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10·15 대책에는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 자치구별 거래량 증감이 엇갈리면서 대출 규제에 따른 지역 간 수요 이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규제 지역 지정 전후의 비교 기간은 계절이 서로 다르고 지역별 시장 여건과 개발 호재, 입주 물량 등에도 차이가 있다. 규제 지역 안에서도 수원시 팔달구(31.0%)와 장안구(15.4%)처럼 거래량이 늘어난 곳이 있다. 인천은 거래량이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0.84%에 그쳤다. 제출 자료만으로 동일한 매수자가 규제 지역에서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김미애 의원은 "규제는 늘렸지만 서울 집값은 잡지 못했고, 규제 지역 거래가 줄어든 사이 비규제 지역 거래는 늘었다"며 "수요를 없앤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옮겨놓은 것 아닌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규제 지역을 추가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을 중단하고, 지역별 수급과 실수요자의 부담을 반영한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