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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할수록 고급차’ 공식 깼다…제네시스 GV90의 역발상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8.20 12:00
수정 2026.08.20 12:00

제네시스, 플래그십 SUV 'GV90' 디자인 국내 최초 공개

네오룬 콘셉트 핵심 디자인, 그대로 양산차에 구현

불필요한 선·장식·버튼 걷어내고 달항아리 곡선 강조

코치도어·스위블 시트·루프 에어백 등 그룹 최초 기술 집약

제네시스 GV90 네오룬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브랜드 출범 10년을 맞은 제네시스가 최상위 럭셔리 SUV 'GV90'으로 앞으로 10년의 승부수를 건다. 글로벌 럭셔리 완성차 브랜드가 최상위 라인업으로 갈수록 '화려함'을 앞세우는 가운데, 제네시스는 정반대로 비워내는 데 초점을 맞춰 주목된다.


그간 현대차그룹 전 차량에 탑재된 적 없던 신기술들도 대거 탑재되면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SUV이자, 현대차그룹 기술력의 정점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이 쏠릴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18일 열린 ‘GV90 미디어 디자인 프리뷰’에서 GV90와 상위 모델인 GV90 네오룬의 실차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GV90는 제네시스 전용 eMP 플랫폼을 적용한 브랜드 최초의 초대형 전동화 플래그십 전동화 SUV로, 2024년 공개한 네오룬 콘셉트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제네시스는 GV90를 통해 G90가 홀로 담당해 온 최상위 플래그십 시장을 SUV까지 확대한다. 법인차와 고급차 시장의 수요가 세단에서 SUV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GV90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한국의 달항아리다. 대형 SUV에 흔히 적용되는 화려한 장식이나 복잡한 선을 늘리는 대신 비례와 곡면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허정택 제네시스 외장 프로덕트 디자인팀장은 “한국적인 정체성을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디자인으로 재해석하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본질의 미학을 완성하고자 했다”며 “완벽한 비례와 곡선으로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달항아리처럼 GV90가 하나의 실루엣과 인상으로 남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GV90 네오룬 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이런 방향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후면부다. 제네시스는 차체를 복잡하게 나누는 선을 최소화하고 대형 SUV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리어 스포일러도 없앴다. 바디 컬러가 적용되는 영역은 오히려 넓혀 후면 전체가 하나의 큰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했다.


차체 뒤를 가로지르는 두 줄 리어램프에는 레이저 미세 가공으로 램프와 차체 사이의 경계를 줄이는 ‘컷리스 공법’을 적용했다. 램프가 별도 부품처럼 튀어나오지 않고 차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한 것이다.


허 팀장은 “불필요한 라인과 리어 스포일러를 과감하게 덜어내 후면 전체가 하나의 큰 조형으로 읽히도록 했다”며 “익숙한 SUV의 공식에서 벗어나 한국적 미학의 관점에서 제네시스만의 SUV를 새롭게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V90 네오룬 측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전면부에는 제네시스 양산차 최초로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제네시스 특유의 두 줄 램프가 클램쉘 후드 아래 전면부를 가로질러 차체 폭을 넓어보이게 강조한다. 램프 역시 컷리스 공법을 적용해 차체와의 경계를 최소화했다. 하단 범퍼에는 두 개 층으로 쌓은 지-매트릭스 패턴을 적용해 입체감을 살렸다.


측면에서는 5285mm의 전장과 3245mm의 축간거리, 24인치 대형 단조 휠이 플래그십 SUV의 크기를 드러낸다. 긴 후드와 휠베이스, 앞뒤 펜더와 리어 숄더의 볼륨을 강조하면서 장식적인 요소는 줄였다.


제네시스 GV90 네오룬 1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실내도 비슷한 접근법을 따랐다. 고가의 장비와 조작 버튼을 빼곡하게 배치하는 대신 시트와 콘솔, 대시보드가 각각 하나의 가구처럼 보이도록 구성했다.


오재호 제네시스 내장 프로덕트 디자인팀장은 “플래그십이라고 해서 고가의 기능과 복잡한 장치를 한곳에 모아놓은 비싼 자동차의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여백의 미가 있는 공간에 잘 만든 가구를 배치하듯 실내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공조장치에는 조작 노브를 없앤 전동식 에어벤트를 적용했다. 조명도 광원이 직접 드러나는 방식을 최소화하고 대시보드와 도어, 콘솔을 간접적으로 비추도록 설계했다. 무드램프 자체보다 조명을 받은 소재와 공간이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각종 기능도 평상시에는 최대한 숨겼다. 대표적인 변화는 시동 버튼의 삭제다. 운전자가 도어를 열고 차에 탄 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별도의 시동 조작 없이 주행 가능한 상태로 전환된다.


이때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회전형 변속 레버가 움직이고 크리스탈 스피어 통합 컨트롤러가 회전한다. 대시보드 양 끝에 숨겨진 트위터도 모습을 드러내 차량이 주행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 알린다.


센터 디스플레이가 위로 확장되는 모습. 정차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센터 디스플레이 역시 필요할 때만 확대된다. 주행 중에는 23.6인치 화면으로 작동하지만 차량이 정차한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가 90mm 위로 올라온다. 화면 크기는 24.6인치로, 기존 상태보다 약 1.7배 확대된다.


오 팀장은 “키네틱 기술은 단순히 멋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며 “복잡한 기능을 최대한 숨기고 필요한 순간에만 자연스럽게 드러내 직관적이면서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V90의 또 다른 특징은 콘셉트카에서 선보인 핵심 디자인을 양산차에 대부분 살렸다는 점이다. 특히 GV90 네오룬에는 세계 최초의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도어인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적용됐다.


코치도어를 열어젖힌 GV90 네오룬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네오룬 아치 게이트는 차체 중앙의 B필러 없이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는 방향으로 열리는 구조다. 새로 개발한 듀얼 모션 힌지가 뒷문을 바깥쪽으로 이동시킨 뒤 회전시켜 앞문을 열지 않고도 뒷문을 독립적으로 여닫을 수 있다.


제네시스는 B필러를 없애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를 도어 내부의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과 히든 롤케이지 구조로 보완했다. 탑승 공간을 둘러싼 차체에는 기존보다 1.5배 두꺼운 골격을 적용해 B필러가 있는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충돌 안전 성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1열 스위블링 시트를 뒤로 180도 돌린 모습.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현대차그룹 최초로 앞좌석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도 적용됐다. 차량이 완전히 정차한 상태에서 앞좌석을 180도 돌려 앞뒤 탑승객이 마주 보는 라운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안전을 위해 시트가 회전된 상태에서는 주행할 수 없다.


세계 최초로 적용한 루프 에어백도 눈에 띈다. 전복 사고가 발생하면 루프 글라스 전체를 덮어 탑승자가 차 밖으로 이탈하거나 유리에 부딪히는 것을 막는다. GV90에는 루프 에어백을 포함해 총 12개의 에어백이 적용됐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최대 용량인 123.5kWh 배터리와 듀얼 전자식 차동제한장치,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 능동형 후륜 조향, 25스피커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전후륜 모터의 합산 최고 출력은 490kW, 최대 토크는 800Nm다. GV90 스탠다드 7인승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제네시스 자체 측정 기준 500km다. 350kW급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2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GV90 네오룬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GV90는 앞으로 G90와 함께 제네시스의 최상위 시장을 책임지게 된다. G90가 전통적인 쇼퍼드리븐 세단 수요를 담당한다면 GV90는 넓은 공간과 SUV의 활용성, 최신 전동화 기술을 원하는 고급차 고객을 겨냥한다.


특히 법인차와 고급차 시장에서도 SUV 선호도가 높아지는 만큼 GV90의 성과는 제네시스의 향후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캐딜락 등 기존 고급차 브랜드의 대형 전동화 SUV와 경쟁해야 한다.


제네시스는 GV90를 지난 10년의 기술과 디자인 역량을 집약한 모델이자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상징적인 차로 규정했다. 가장 크고 비싼 제네시스가 화려한 장식을 더하는 대신 무엇을 덜어낼 것인지에 집중한 이유다.


전은석 제네시스상품실 상무는 "10년이란 짧은 시간 속 기술과 감성,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제네시스만의 럭셔리를 꾸준히 발전시켜왔다"며 "GV90는 네오룬 컨셉을 핵심가치로 현실화한 모델이다. 네오룬을 통해 공개했던 미래 비전은 GV90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으로 현실화 됐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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