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놓아줘' 과거를 돌아본 끝에 마주한 현재 [볼 만해?]
입력 2026.08.18 10:56
수정 2026.08.18 10:56
26일 개봉
모리(후지이 소마 분)와 마이코(타니구치 란 분)는 결혼 3년 차 부부다. 사진작가인 마이코는 개인전을 준비하며 자신의 일을 이어가고 있지만 모리는 회사까지 휴직한 채 집에 머문다. 음악을 만들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은 없다.
부부 사이에도 어느새 거리가 생겼다. 마이코는 먼저 다가가보지만 모리는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다. 마이코가 외출하자마자 현관문을 잠그는 남편의 행동은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 서운하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영화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같은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좀처럼 닿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만 짐작하게 한다. 결국 모리는 아내의 개인전에도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 모리 앞에 옛 연인 아사코(무라카미 유키노 분)가 나타난다. 우연히 카페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과거를 꺼내놓는다. 한때 그림을 그렸던 아사코는 지금 붓을 놓았고, 모리 역시 가끔 음악을 한다고 말할 뿐이다.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지만 두 사람이 기억하는 과거는 조금씩 다르다. 분명 같은 일을 겪었는데 어떤 장면은 한 사람에게만 선명하고, 어떤 기억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다.
'고양이를 놓아줘' 스틸ⓒ㈜안다미로
옛 연인의 재회라면 으레 뒤따를 법한 긴장도 있지만 '고양이를 놓아줘'는 두 사람을 다시 이어주지 않는다. 아사코와 보내는 하루는 오히려 모리가 잊고 지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아사코 역시 마찬가지다.
아사코와 헤어진 모리는 가지 않겠다던 마이코의 개인전을 찾는다. 전시장에는 함께했던 장소와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다. 모리에게는 그저 지나간 일상이었던 순간들이 마이코의 사진 속에서는 오래 바라보고 간직한 시간이 되어 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아내의 마음을 뒤늦게 발견하는 순간이다.
집으로 돌아온 모리는 다시 기타를 든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노래를 마이코에게 들려준다.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을 곡을 왜 자신에게 들려주느냐는 마이코에게 모리는 "넌 내 아내니까"라고 답한다. 대단한 화해는 아니지만 마음을 닫고 있던 모리가 마이코에게 먼저 내보인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도 작은 변화가 감지된다.
아사코에게도 비슷한 변화가 찾아온다. 모리와 헤어진 뒤 현재의 연인이 만들어준 카레를 먹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오랫동안 손대지 않았던 캔버스 앞에 다시 앉는다. 그리고 그리다 만 그림에 꽃을 더한다.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고양이를 놓아줘'는 옛 연인의 재회를 다루지만 지나간 사랑을 되찾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찾아오는 미묘한 흔들림을 굳이 사랑이나 미련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잠시 두고 바라본 뒤,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
이러한 감정은 세 인물이 하는 예술과도 맞물린다. 모리는 음악을 하고, 마이코는 사진을 찍으며, 아사코는 그림을 그린다. 특히 영화에서 사진은 기억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다. 마이코가 사용하는 핀홀 카메라는 렌즈 없이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을 필름에 기록한다. 실제 촬영에서도 사진 한 장을 완성하는 데 약 10분이 걸렸다. 순간을 빠르게 붙잡는 대신 한곳을 오래 바라보고 기다려야 흔적이 남는다.
마이코가 모리를 바라보는 방식도 이와 닮았다. 모리가 무심코 지나온 순간을 마이코는 오래 바라보고 사진으로 남겼다. 그래서 모리가 전시장에서 발견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사진이 아니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시간 동안에도 마이코가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앞서 아사코와 나눈 대화와도 연결된다. 모리와 아사코 역시 같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모습은 달랐다. 같은 순간도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영화는 그 차이를 누가 맞고 틀렸는지 따지지 않는다. 기억은 애초에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남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모리는 아내에게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려주고, 아사코는 연인이 만들어준 카레를 먹은 뒤 다시 그림을 그린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 끝에 두 사람이 새삼 바라보게 된 것은 서로가 아니라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과 멈춰 있던 자신의 삶이다.
제목인 '고양이를 놓아줘' 역시 쉽게 붙잡히지 않는 마음에 관한 말이다. 흥미롭게도 영화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는다. 시가야 감독은 고양이를 설명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인간의 마음에 빗댔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처럼 중요한 것은 어쩌면 마음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놓아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나간 감정을 없던 것으로 만들 필요도, 다시 붙잡아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잠시 떠오른 마음을 그대로 바라보고 흘려보낸 뒤 다시 지금을 살아가면 된다. 26일 개봉. 러닝타임 102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