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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소염진통제까지 ‘편집’…신약 후보물질 탐색 효율 확대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8.18 00:02
수정 2026.08.18 00:02

IBS ‘분자 편집’ 기술 개발

피리딘 질소 위치 바꿔

위치 이성질체 합성

피리딘의 질소 위치 재배치를 통한 위치 이성질화 설명도. ⓒ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의약품 등에 널리 활용하는 ‘피리딘 화합물’의 질소 위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했다.


기존 분자의 복잡한 골격과 치환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질소 원자 위치만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위치 이성질체를 더욱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분자 편집’ 기술이다.


IBS는 실제 시판 중인 항암제와 소염진통제에도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약물 후보 분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구조가 조금씩 다른 후보 물질을 비교·탐색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홍승우 단장 직무대행(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피리딘 구조 내 질소의 위치를 변경하는 ‘질소 원자 전위(N-atom transposition)’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8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피리딘은 탄소 원자 5개와 질소 원자 1개로 구성된 육각형 고리 구조로 의약품을 비롯한 다양한 화학물질의 기본 골격으로 활용된다.


같은 구성의 치환기가 붙어 있더라도 질소와 치환기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용해·흡수·투과·결합 등 물리화학적 성질과 생물학적 활성에 차이가 생긴다. 신약 개발에서 질소 위치만 다른 위치 이성질체를 만들어 기능을 비교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기존 합성법으로는 원하는 위치 이성질체를 만들기 위해 각각에 맞는 출발 물질과 합성 경로를 별도로 설계해야 했다는 점이다.


완성된 분자에서 치환기를 다른 자리로 옮기는 방법도 시도됐지만, 치환기 종류에 따라 반응 조건이 달라져 여러 치환기가 결합한 복합 분자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치환기를 옮기는 대신 질소 위치를 바꾸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치환기는 그대로 둔 채 질소를 새로운 위치에 삽입하고, 기존 질소를 제거해 질소와 치환기의 상대적 위치를 한꺼번에 바꾸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외부 질소 공급원에서 새로운 질소를 고리에 삽입한 뒤 기존 질소를 질소 기체(N₂) 형태로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6원자 고리가 일시적으로 7원자 고리로 확장됐다가 재배열되면서 새로운 피리딘이 형성됐다.


새 합성법은 단순한 피리딘부터 2개 이상의 치환기가 결합한 복잡한 구조까지 폭넓게 적용했다. 반응 조건을 최적화한 결과 위치 이성질체 합성 수율은 88%에 달했다. 반응물의 양을 10밀리몰(mmol)로 늘린 실험에서도 74% 수율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대량 생산과 실용화 가능성도 확인했다.


특히 연구진은 실제 시판 중인 항암제 비스모데깁과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소염진통제 에토리콕시브에 기술을 적용했다. 기존 약물의 복잡한 골격을 유지하면서 질소 위치만 다른 새로운 약물 후보 분자를 합성해 기존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위치 이성질체 탐색 가능성을 확인했다.


같은 출발 물질이라도 사용하는 용매에 따라 만들어지는 위치 이성질체 비율이 달라지는 현상도 확인했다. 계산화학 분석에서는 용매에 따라 화학반응에 필요한 최소 에너지인 에너지 장벽의 높이가 달라지는 것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용매 조건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특정 위치 이성질체를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는 점도 입증했다.


홍승우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 직무대행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핵심 골격 안의 원자 위치 자체를 바꿔보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 연구”라며 “완성된 분자의 핵심 골격을 원자 수준에서 직접 편집해 물성과 약효 변화를 다각도로 탐색하고, 신약 후보 물질의 발굴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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