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ISA, '국장 유도책'이 아니라 자산 형성 사다리가 되려면
입력 2026.08.19 07:07
수정 2026.08.19 07:07
청년의 자산 형성·생산적 금융 새출발 위한 ISA 세제 개편 시의적절
투자 선택권 제한과 청년 정책간 엇박자 등 개선돼야 할 문제점
국제 분산투자, 다양한 상품 선택옵션, 환급형 세액공제 제공 바람직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청년의 자산형성을 돕겠다며 내놓은 ISA 세제개편안이 뜻밖의 논쟁을 불렀다.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고, 청년형 ISA를 별도로 두겠다고 발표했다.
청년형은 일정 소득 이하 34세 이하 청년이 가입할 수 있으며, 국내 주식 및 국내 주식형 상품 등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고 납입액의 10%를 소득 공제하는 상품이다.
연간 납입 한도는 2천만원, 총한도는 2억원으로 제시됐다.
청년 입장에서 소득과 자산의 격차가 출발선의 격차로 굳어지고 있다.
주거비와 생활비, 학자금·신용대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청년이 장기투자를 통해 종잣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도 은행 예금과 부동산에 머무는 가계 자금을 혁신기업과 자본시장으로 연결할 장기 자금이 필요하다.
청년의 자산 형성과 국내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두 목표를 결합한 생산적 금융 ISA는 시의적절한 정책 실험이다.
특히, 납입 단계에서 소득공제를 제공한다는 점은 기존 ISA와 다른 장점이다.
기존 ISA는 운용수익에 대한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혜택이 중심이었다. 반면 청년형 ISA는 투자수익이 발생하기 전에 납입 자체에 세제 지원을 부여한다.
투자 초기의 원금을 키우고, 적립식 장기투자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청년의 낮은 초기 자산을 고려한 설계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단기 시세차익보다 장기적 자산축적을 유도하려는 방향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세제 혜택의 크기만으로 자산 형성 정책의 성공을 판단할 수는 없다.
첫째 문제는 투자 선택권의 축소다. 생산적 금융 ISA는 국내 상장주식, 국내 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등에 투자 대상을 집중한다.
반면 기존 ISA에서 가능했던 국내 상장 해외 ETF 등 해외자산 관련 상품은 원칙적으로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청년은 투자 기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경기와 특정 산업, 특정 시장에만 자산을 집중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한국 경제의 성장에 투자하는 것과 한국 시장에만 투자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내 투자 활성화라는 정책목표가 정당하더라도, 세제 혜택을 대가로 국제 분산투자의 기회를 줄인다면 청년에게는 해당 상품이 ‘자산형성 계좌’가 아니라 ‘국내 주식 투자 유도 계좌’로 비칠 수밖에 없다.
둘째, 청년정책 간의 엇박자도 문제다. 청년형 ISA와 청년 미래 적금의 중복 가입을 제한하는 방안은 청년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목돈 마련이 시급한 청년에게는 정부 기여금이 붙는 적금이 유리할 수 있고, 투자 기간이 길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청년에게는 ISA가 더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목적의 상품을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청년의 금융 상황에 맞춘 포트폴리오 설계는 어려워진다.
정책은 청년의 선택지를 넓혀야지, 제한된 혜택을 놓고 서로 경쟁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해외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캐나다의 비과세저축계좌(TFSA)는 예금·주식·펀드 등 다양한 자산을 담을 수 있고, 쓰지 않은 납입 한도는 계속 이월된다.
필요할 때 인출하더라도 인출액은 다음 해 납입 한도에 다시 반영된다.
청년이 취업, 결혼, 주거 마련, 창업처럼 생애주기에 따른 자금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장기 저축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 설계다.
영국의 ISA 역시 세제 혜택을 제공하되 현금, 주식, 다양한 펀드 등 여러 유형의 계좌를 활용할 수 있게 해 개인의 위험선호와 재무 목표에 따른 선택을 존중한다.
최근 영국 정부가 국내 투자 촉진을 위한 별도 ‘UK ISA’를 논의하면서도 기존 ISA 한도에 추가 한도를 부여하려 한 점은 시사적이다.
따라서, 청년형 ISA는 다음과 같이 보완돼야 한다. 우선 국내 투자 촉진이라는 목표는 유지하되, 청년의 글로벌 분산투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국내 자산 투자 비중에 따라 추가 공제나 별도 비과세 한도를 주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다.
해외자산을 전면 배제하기보다, 국내 혁신기업·장기투자 상품에 한정된 추가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편이 낫다.
다음으로 저소득·사회초년생에게는 소득공제만이 아니라 정부 매칭 또는 환급형 세액공제를 병행해야 한다.
소득공제는 세율이 높은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환급형 세액공제나 일정 비율의 정부 기여금은 납세액이 적은 청년에게도 실질적 자산 형성 효과를 제공한다.
청년형 ISA가 ‘소득이 있는 투자자’의 절세상품에 머물지 않고, 자산축적의 사다리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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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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