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간 건 물가 아닌 상승률…추석이 더 걱정되는 이유 [기자수첩-유통]
입력 2026.08.13 07:00
수정 2026.08.13 07:00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물가다."
취임 후 물가를 민생의 핵심 과제로 강조해 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차 이렇게 말했다.
정부 등 관계부처도 농축수산물 할인과 수입 확대, 계란 수급 안정,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급등 대응 등 물가를 잡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지표상의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된 점은 다행이다. 실제 올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월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3%를 웃돌던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오자, 정부는 '완화'라는 단어를 썼다.
그러나 통계상의 일시적 둔화가 국민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까지 완화시킨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5% 올랐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6%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식료품과 생필품 등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이고, 근원물가는 일시적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즉 전체 물가상승률은 둔화됐지만,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물가와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간 것으로, 정부가 '완화'라고 언급한 숫자만 보면 물가가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세계적 이상기후 탓에 올여름 기승을 부린 폭염까지 국민의 장바구니에 무게를 가중시키고 있다.
통제불가능한 기후 재해를 두고 정책적 책임을 묻자는 건 아니다. 국제 정세에 따른 유가와 환율, 원재료비 상승도 정부가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다만 이같은 대외 변수들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발표한 물가상승률 완화와 국민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큰 실정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통계표의 숫자가 아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이따금씩 외식을 하고, 계산대 앞에서 결제하는 순간 체감하는 생활 속의 숫자다.
다가올 추석 밥상 민심의 화두 역시 물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높은 수준의 먹거리 가격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명절 장보기 부담도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물가상승률이 몇 %포인트 낮아졌다는 숫자상의 정책적 설명은 국민에겐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부 발표 가운데 '물가상승률 완화', '둔화'가 간헐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장바구니는 안정될 기미가 없다.
내려간 건 실제 물가가 아니라 상승률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물가상승률 자체보다 내가 든 장바구니 부담이 줄었다는 안도감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됐다는 수치에 기반한 '발표'보다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물가 안정을 만드는 데 정부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