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나토 조달시장 진입 '제도적 통로' 확보…실효성 높일 보완책 시급
입력 2026.08.12 11:00
수정 2026.08.12 11:01
기술이전 가이드라인·무임승차 방지 위한 상응 조치 필수
공동 안보 이슈를 협력 지렛대로 활용해야
나토 공동 소요·조달시장 운영 원리와 나토 공동조달 거버넌스 구조.ⓒ산업연구원
한국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조달기본협정 체결을 추진하며 연간 15조원 규모에 달하는 나토 공동조달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K-방산의 글로벌 외연 확장을 위한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협정 체결이 곧바로 방산 수출의 만능열쇠가 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NATO 조달기본협정 체결의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나토 간 조달기본협정 추진은 나토 비회원국으로서 겪어온 방산 수출의 구조적 제약을 해소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NATO 지원조달청(NSPA)이 주관하는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은 기존의 완제품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탄약, 부품, 소재, MRO(유지·보수·운영), 성능개량 등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수명주기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협정 추진은 최근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서의 수주 실패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우리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과 납기 경쟁력을 앞세웠음에도 NATO 회원국 간 상호운용성과 정비 인프라 접근성을 우선시한 평가 기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는 성능과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나토 동맹 기반의 구조적 장벽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보고서는 협정 체결을 통해 이러한 제도적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나토 방산 공급망과 혁신 생태계에 참여할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협정 체결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거시적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나토 방산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위한 전략으로 현지화와 브랜딩을 모색하는 동시에 유럽연합(EU) 유럽안보행동(SAFE)과 NATO혁신펀드 등 역내 협력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전 범위가 확대돼 방산수출의 산업 파급효과가 반감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과 중소기업 보호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국내 시장 개방 가능성에 대비한 신중한 조항 설계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NATO 공동조달 시장은 회원국들이 소요 제기와 계약 수주를 분담하는 호혜적 구조로 운영되는데 한국이 소요 제기 없이 수주만을 추구할 경우 여타 회원국으로부터 '무임승차'라는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방적 접근권 요구를 넘어 국내 방산조달 시장의 일부 개방을 포함한 다양한 상응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참고 사례인 호주-나토 협정의 경우 NSPO(나토 지원조달기구)의 면제 혜택과 달리 하자담보 책임과 위험 부담, 지식재산권 방어 비용 분담 등을 호주가 대거 부담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호주의 선례를 무조건 따르기보다 하자담보 책임 범위와 기간 명확화, 상업계약에 한정된 중재조항과 중재기구 마련 등을 통해 국내 방산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산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러 군사협력 대응'과 같이 한국과 나토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는 안보협력 의제를 발굴해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인도·태평양 파트너국이 대체하기 어려운 한국만의 독보적인 안보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방산 공급망, 기후변화, 사이버 안보, 대테러 등 양자 간 포괄적 안보 의제를 발굴하고 세부 사업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나토와의 조달기본협정은 방산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여는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의 저자인 박혜지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나토 국가들과의 방산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안보협력과 신뢰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나토 현지화와 공동개발을 확대하고 역내 협력수단을 활용하는 중장기 시장 진입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