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도 못 산다”…비거주 1주택자 세 부담 강화에 ‘속앓이’
입력 2026.08.11 06:42
수정 2026.08.11 06:42
자녀 교육·직장·해외 체류로 실거주 못하는 사례 속출
보증금 반환도 부담…"비거주 1주택=투기 간주 억울"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뉴시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실거주를 하지 않는 1주택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과 자녀 교육, 해외 체류는 물론 기존 세입자의 계약기간이나 보증금 반환 문제 등 비거주 사유가 제각각인데도 실거주 여부 만으로 투기 목적의 주택 보유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직장이나 자녀 교육 등의 사정으로 보유 주택에 살지 못하는 비거주 1주택자들의 불만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A씨는 “자녀 교육과 주거 여건 등을 고려해 강남 아파트를 전세로 내주고 수도권 외곽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며 “세 부담을 줄이려면 강남 집에 직접 입주해야 하지만 자녀의 학교 문제에다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계약 기간도 남아 있어 당장 이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해외 근무나 이민으로 집을 비운 사람들의 불만도 있다.
B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지만 갑작스러운 해외 발령으로 집을 임대하게 됐다”며 “귀국하더라도 세입자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곧바로 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당분간 전·월세로 살아야 할 처지”라고 설명했다.
전세보증금 규모가 서로 다른 점도 문제다.
서울 집을 보증금 3억원에 전세로 주고 지방에서 보증금 1억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C씨가 현재 집의 보증금(1억원)을 돌려받더라도 서울 집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에는 2억원이 부족하다.
결국 차액을 대출이나 별도 자금으로 마련하지 못하면 자기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선택한다고 해서 기존 전세 물량이 동일한 조건과 가격대로 그대로 대체되는 건 아닌 것이다.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1주택자가 1년 이상 거주 중인 주택에서 취학이나 직장 변경,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도시로 주거를 이전할 경우 그로 인한 비거주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해준다. 최장 3년까지 인정된다.
국민 입법 의견도 쇄도하고 있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재정경제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시행령에 지난 10일 오후 8시 기준 각각 3558건, 68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에도 2022건의 의견이 제시됐다.
접수된 의견에서는 부득이한 사유로 실거주하지 못한 경우를 폭넓게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정부가 제시한 취학, 전근, 질병, 해외근무 뿐 아니라 육아 등 가족을 돌보기 위해 다른 곳에 거주할 때도 예외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녀가 사는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 경우에도 실거주 특례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자들의 사정을 하나로 묶기 어려운 만큼 비거주 여부 만을 기준으로 일률적인 세 부담을 적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예외 사유를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하면 편법으로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려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지만 비거주 1주택자를 일률적으로 투기 수요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거주 사유와 기존 세입자와의 계약 기간, 전세보증금 반환 여력 등 종합적으로 살펴 실수요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