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을 품은 당태종, 정적을 쫓는 국민의힘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6.08.10 07:00
수정 2026.08.10 07:57
정적인 위징을 재상으로 기용한 당태종
계파 간 징계와 반목에 빠진 국민의힘
반대파를 품는 정치가 당의 경쟁력 키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태종 이세민은 중국 역사에서 대표적인 성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성군이었던 것은 아니다. 형인 태자 이건성과 권력투쟁을 벌이다 현무문의 변을 일으켜 황제가 됐다. 자신을 제거하려 했던 정적들을 없애고 권력을 공고히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황제가 된 뒤 그의 선택은 달랐다. 대표적인 인물이 위징이다. 이건성의 참모였던 위징은 과거 이세민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당태종은 그런 위징을 재상으로 기용했고, 위징은 황제에게 거침없이 직언했다. 당태종에게 불편한 존재였지만 그 불편한 목소리를 국정의 자산으로 활용한 것이다.
당태종의 정치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권력을 잡는 것보다 권력을 잡은 뒤 반대자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치적 경쟁자를 모두 내치는 것은 권력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내부의 비판과 견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
조선의 붕당 정치가 남긴 교훈도 다르지 않다. 붕당 자체는 서로 다른 정책과 정치적 견해를 가진 세력이 경쟁하는 과정일 수 있다. 문제는 경쟁이 정책이 아니라 정적 제거로 변질됐다는 데 있었다. 사화와 환국이 반복되면서 정권을 잡은 세력이 반대파를 몰아내고, 정권이 바뀌면 다시 보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최근 국민의힘의 당내 갈등을 보면서 이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제명에 이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에 대한 징계가 이어졌고, 최근에는 한 의원의 선거운동을 돕거나 장동혁 대표에게 지방선거 책임론을 제기한 의원들을 대상으로도 징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윤리위원회의 운영을 둘러싼 내부 반발까지 겹치면서 당내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물론 당규를 위반한 행위에 징계를 내리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징계가 당내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계파 간 정치투쟁의 수단으로 비칠 때다. 징계를 받은 쪽이 다시 가처분이나 법적 대응에 나서고, 반대편에서는 징계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갈등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장된다.
최근 서범수·진종오 의원의 ‘부산 돌려차기’ 사건 관련 발언 논란도 마찬가지다. 두 의원이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자 역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징계 절차는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정작 보완수사권 문제는 당내 징계 논란에 묻혔다.
정당의 경쟁력은 누가 당권을 잡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싸우느냐에서 나온다. 계파 갈등이 정책 경쟁을 집어삼키면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가 사라진다. 반대로 당 안에 서로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더라도 정책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면 정당의 외연은 넓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계파의 교체가 아니라 계파 정치의 완화다. 친장(친장동혁)계든 친한계든 상대방을 제거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는 순간 똑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당규 위반에는 동일한 기준으로 징계하되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당태종이 위징을 곁에 둔 것은 위징이 자신과 같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과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정적을 모두 없애는 정치는 강한 정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까지 품을 수 있는 정치가 더 강한 정치일 수 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정치다. 상대 계파를 이기는 정당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계파를 품고도 국민에게 더 나은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정당이어야 한다. 그것이 당내 권력투쟁에서 벗어나 국민의 선택을 다시 받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