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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삼성·SK만큼 확신 주는 곳 없다"…달라진 한미동맹 [기자수첩-산업]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10.06 07:00
수정 2026.10.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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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지휘한 장군 이름 딴 상, 젠슨 황 수상

최태원 "한미동맹 최전선, 이제 데이터센터"

엔비디아엔 한국 HBM, 한국엔 엔비디아 GPU

젠슨 황 "삼성·SK 의존이 가장 큰 확신"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원본·AI 재가공

"이 진격을 이끄는 사람은 군복 대신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두고 한 말이다. 최 회장이 '군복'과 '검은색 가죽 재킷'을 대비한 데는 이유가 있다. 황 CEO가 이날 받은 밴 플리트상에 70여 년 전 한미동맹의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날 황 CEO는 밴 플리트상을 받았다.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이던 제임스 A. 밴 플리트 장군의 이름을 딴 상이다.


밴 플리트는 1951년 미8군 사령관으로 6·25전쟁을 지휘했다. 그는 전장에서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이 아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0월 육군사관학교가 4년제로 다시 문을 여는 데 힘을 보탰다.


1953년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1957년 한미 우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설립했다. 전쟁터에서 맺어진 관계를 평시에도 잇겠다는 뜻이었다. 그 단체가 매년 한미 관계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상이 밴 플리트상이다.


한미동맹이 맺어진 지 70여 년이 지났다. 군복을 입은 장군이 한반도의 전장을 누비던 시대에서,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은 기술기업 수장이 데이터센터를 이끄는 시대로 넘어왔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황 CEO의 선구적인 AI·반도체 리더십과 혁신적 기여, 삼성전자·SK그룹 등 한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수상 이유로 꼽았다. AI와 반도체가 한미 경제협력의 핵심 분야로 자리 잡은 데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70여 년 전 밴 플리트 장군께서는 전장에서 한미 동맹을 구축하셨다"며 "70년이 지난 오늘날엔 젠슨 황이 그 최전선에 서 있고, 이제 그 최전선은 전장이 아닌 데이터센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황 CEO가 이날 강조한 컴퓨팅의 중요성은 왜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최전선이 됐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컴퓨팅은 인류가 창조한 가장 중요한 도구이자 현대 사회의 기반"이라며 "이제 이것이 없는 인간·기업·산업·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 컴퓨팅의 핵심인 엔비디아 AI 가속기에는 한국 기업이 만든 메모리가 들어간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AI 시대 핵심 전략물자로 꼽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나라가 됐다.


한국의 AI 인프라에도 엔비디아의 GPU가 들어온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네이버클라우드에 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그룹은 각각 5만장을 공급받아 자체 AI 인프라 구축에 활용한다.


삼성전자는 GPU를 활용해 반도체 제조 과정의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공장을 구축하고, SK그룹은 계열사와 외부 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산업용 AI 클라우드를 만든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는 한국의 메모리가 들어가고, 한국의 AI 인프라에는 엔비디아의 GPU가 들어가는 셈이다. 양쪽의 AI 경쟁력이 서로의 기술과 인프라에 연결돼 있는 것이다.


상을 받은 황 CEO는 소감의 상당 부분을 삼성과 SK, 한국에 대한 감사로 채웠다. 그는 "엔비디아 성장에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한다면 SK와 삼성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했다.


'의지'는 70여 년 전 한미동맹에서 한국 쪽에 더 익숙한 말이었다. 이날은 미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의 수장이 그 말을 한국 기업에 썼다. 그것도 한국전쟁을 지휘한 미군 장군의 이름을 딴 상을 받는 자리에서였다.


황 CEO는 한국 기업에 고마움을 전했고, 한국 기업의 총수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밴 플리트 장군이 한국을 떠나던 1953년만 해도 쉽게 그려지지 않았을 장면이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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