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물량' 사수 나선 李대통령…6시간 부동산 회의로 '공급 절벽' 타개 총력전
입력 2026.08.08 08:00
수정 2026.08.08 08:01
1차 회의서 실망감…최대 물량 확보 방침 확인
서울시와 그린벨트·준공업지역 조율도 관건
같은날 與 '버스 하우스' 제안엔 野 "청년 우롱"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6시간에 걸쳐 부동산 정책 점검 2차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3일 1차 회의에서 속도감 있는 공급 확대를 주문했던 이 대통령은 이후 기존 '5만호' 수준을 넘어서는 최대 물량 확보 방침을 세우고 실행 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는 이를 실제로 시장에 공급할 금융·행정 지원 방안이 집중적으로 점검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7일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주택 공급 물량을 최대한 늘리고 공급 시기도 최대로 앞당기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위원장으로부터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 지원 방향 및 방안과 함께 부동산의 조기 공급 유도 및 지원 방안을 보고받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강 수석대변인은 6시간에 걸친 회의 과정 동안 전폭적인 공급 확대와 이에 대한 신속 실행 방안이 폭넓게 개진됐으며 면밀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마무리하며 한성숙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관들을 향해 기존 사고방식에 매달리지 말고 전환적으로 판단해서 과감히 생각하고 실천하라고 재차 당부했다.
1차 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반응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7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마라톤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부동산 공급책 준비 상황에 일부 실망감을 나타내며 속도감 있는 보완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한 관계 당국은 추가 공급 대상 지역 및 후보 지역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2022년부터 지속된 주택 공급 부진이 공급 절벽 상황을 초래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많은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가능한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가용한 행정조치와 금융·재정·규제 완화 등 신속한 공급 실현 방법을 찾으라"고 주문한 바 있다.
서울 시내 가용 부지 확보 방안이 이번 2차 회의에서 함께 다뤄졌는지도 관심사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일 오찬 회동에서 준공업지역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을 논의한 바 있어, 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이 노출됐던 사안들이 이번 회의에서 어느 정도 조율됐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정책모기지 등 금융 지원과 조기 착공을 유도할 행정·재정 지원책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최종안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2차 회의를 계기로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미뤄져 온 공급 대책의 윤곽이 조만간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여권 내부에서는 공급 방식을 둘러싼 별도의 논란도 불거졌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폐·중고 선박 리모델링 주택 사례를 언급하며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성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해 본다"고 밝혔다. 그는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원 정도만 잡아도 1만세대면 전체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는커녕 '개조 버스'에 들어가 살라고 한다"며 "청년층 자가 보유율이 2017년 통계 정비 이후 처음으로 30% 이하인 27.7%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어떤 경위로 기괴한 발상이 여당 중진의 입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배경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실 역시 청년을 버스 안으로 내모는 주거 정책 구상에 대한 분명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진우 의원도 "제정신인가. 분노가 치민다"며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이 폭망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비판이 확산하자 황 의원은 기존 게시물을 삭제하고 "버스 하우스 개념은 순수한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아이디어를 더더욱 풍부하게 하자는 차원이고 정부가 그런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온 주택 공급책은 학교와 주택을 복합 개발하는 방안, 공유공간형 주택 개발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대통령 직접 주재로 물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여당 의원의 개인적 아이디어가 오히려 정책 신뢰도에 부담을 준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회의는 각 부처가 준비해 온 실행 방안을 놓고 실현 가능성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자리였다"며 "대통령이 특히 속도와 물량 두 가지 모두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관계 부처가 발표 시점을 조율하는 상황에서, 이런 논란이 공급 대책에 대한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