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사는 상어처럼…KIOST, 해양생물서 ‘역노화’ 실마리 찾았다
입력 2026.08.06 09:07
수정 2026.08.06 09:08
연어 추출물 노화 세포 재생
주름 개선 효과 3.8배 등
연구진, 후보 소재 고도화 나서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함. ⓒ
400년을 생존하는 그린란드 상어나 4000년 수명을 자랑하는 흑산호처럼, 지구에서 오랜 생명을 유지하는 동물의 다수는 바다에 거주한다. 이처럼 뛰어난 노화 저항성을 지닌 해양생물을 활용해 인간의 노화를 늦추는 연구를 본격 시작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이희승) 제주바이오연구센터 박건후 박사 연구팀은 해양생물의 노화 저항 특성을 이용한 역노화 해양소재 개발 작업에 들어갔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해양생물 유래 바이오소재 기반 노화 극복 기술개발 사업’ 지원을 받아 기능성 소재 발굴부터 진단·검증 체계 구축까지 이어지는 노화 극복 기술의 실용화를 목표로 한다.
‘역노화’는 단순한 노화 지연을 넘어, 이미 쇠퇴한 세포를 젊고 활력 있는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을 의미한다. 항산화제 등을 이용해 노화 속도를 낮추는 기존 항노화 방식과 달리, 노화 기전 자체에 직접 개입해 근본적인 치료를 도모한다.
박건후 박사는 해양생물이 지닌 강인한 생명력에 주목했다. 해양 생명체들은 탁월한 DNA 복구 능력과 느린 대사 속도, 뛰어난 재생력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고압이나 고염분 같은 나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독특한 생물학적 작동 원리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해양생물 추출물 노화 억제 능력을 대표적인 노화 연구 물질인 ‘메트포르민(Metformin)’과 비교해 실증했다.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메트포르민은 일반인이 장기 복용할 때 안전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예비 연구 결과, 연어에서 추출한 후보 소재는 세포 단위 실증에서 메트포르민보다 최대 56% 뛰어난 노화 개선 능력을 보였다. 노화된 피부 조직에 해당 소재를 투여했을 때 주름은 3.8배, 피부 탄력은 3.6배, 피부 치밀도는 2.9배 향상된 것으로 측정됐다.
다만 이번 수치는 세포 및 조직 시험 단계의 성과로,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기까지는 동물실험과 추가적인 안전성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연구팀은 선발된 후보 소재를 고도화하는 한편, 역노화 해양 소재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소재의 성능을 신속히 판단할 진단 센서를 제작하고, 정량적 수치로 효능을 나타내는 ‘역노화 지수(Index)’도 정립하기로 했다. 이렇게 확보한 소재는 향후 기능성 제품 개발과 노화 관련 질환 치료 연구에 활용한다. 연구진은 피부·모발 개선용 화장품과 상처 회복용 창상피복재 시제품을 제작하는 한편, 알츠하이머 치료 선도물질 탐색까지 영역을 넓힐 구상이다.
박건후 박사는 “40억 년이 넘는 시간을 품은 바다는 생물들이 노화에 적응해 온 거대한 실험실”이라며 “해양 소재는 오랜 기간 인류가 섭취해 온 생물에서 유래해 인체 적용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인 만큼, 효능과 안전성을 차례로 검증해 국민의 건강수명을 늘리고 해양 바이오를 미래 성장 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