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 걸러낸다…‘8주룰‘ 9월 시행에 보험업계 ‘촉각’
입력 2026.08.01 06:49
수정 2026.08.01 06:49
상반기 車보험 1890억 적자 해소 시급
시행 시 손해율 개선·보험료 인하 기대
한의협 ‘반발’…도입 전 진통 계속
‘8주룰’이 9월 본격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효과를 꾀할 수 있을지 보험업계의 관심이 쏠린다.ⓒ연합뉴스
정부가 경상 환자의 과잉 진료를 막고 적자로 돌아선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일명 ‘8주룰’ 도입에 다시 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지지부진하던 제도가 오는 9월 본격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업계의 관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1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차관회의에 상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행일은 9월 10일이다. 차관회의를 통과하면 국무회의 의결 및 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8주룰은 염좌·타박상 등 상해등급 12~14급 경상 환자가 사고 발생일로부터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진료 적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의무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지 객관적으로 확인해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막고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행 체계에선 초기 진단 이후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치료가 연장되는 사례가 많아 소위 ‘나이롱환자’의 과잉진료와 장기 입원·통원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8주 이후에도 진료를 이어갈 수 있다.
지난해 7월 30일 입법 예고한 뒤 한의업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지지부진하던 제도 도입이 다시금 속도를 내게 됐다.
정부는 심사 주체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으로 정하고 불복 절차를 두는 것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보험사는 8주를 넘겨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로부터 상해 정도 및 치료 경과 등을 나타내는 자료를 받아 진흥원 검토를 맡기는 방식이다.
결과에 따라 환자는 직접 또는 보험사를 통해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할 수도 있다.
보험업계에선 제도 시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동차보험 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전체 손해보험사는 1890억원가량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실을 냈다. 상반기 기준 적자를 기록한 건 2020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주요 5개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같은 기준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1%로 1년 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 상승을 견인한 건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한 경상 환자의 장기치료 등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지난해 1조697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10년 전인 2015년(3576억원)보다 약 5배 늘어난 수준이다.
제도가 정착하게 되면 손해율이 안정세를 되찾고, 장기적으로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부담을 완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험개발원에선 8주룰 도입 시 자동차보험료가 약 3% 인하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여전히 한의업계 반발이 거센 탓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국토부가 8주룰 도입을 재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치료기간은 환자 개개인의 손상 정도와 회복 상태에 따라 담당 의료인이 직접 진찰하고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병명만으로 치료 기간을 획일적으로 잘라내는 것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을 전면 부정하는 처사”라고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자동차보험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면 손해보험사의 비용 부담만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손해보험사의 비용 절감이 우선 고려된 것이 아니라면 졸속적인 시행령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상해 등급 체계와 치료 기간 기준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8주룰은 치료 자체를 제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과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모두 충족시켜야 제도 시행 초기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