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역설] 총량 맞추며 핀셋 지원?…시장선 “언 발에 오줌 누기”
입력 2026.07.31 07:05
수정 2026.07.31 07:06
집값 자극 우려, 대출 완화 일축
실수요·집단대출 등 총량 관리서 제외
예외 허용 늘면서 당국 기조 ‘흔들’
“형평성 논란, 시장 예측 가능성 뚝”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되 실수요자에 대해선 핀셋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두 정책 충돌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뉴시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며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선 핀셋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일률적인 총량 규제의 틀을 고수하면서 미세조정을 거듭하는 탓에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실수요자의 혼란만 부추긴단 지적이 나온다.
대출을 틀어막은 당국이 실수요자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기로 하면서 형평성 논란은 물론 땜질식 처방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단 목소리도 적지 않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수요자나 청년 등에 대해선 애로사항이 있는 부분을 핀셋 지원을 통해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위원장은 “대출이 풀리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다시 시장이 불안해져 주거 사다리에서 점점 멀어지는 구조를 양산하게 된다”며 총량 규제 완화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총량 범위 내에서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올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4조3363억원만 대출을 늘릴 수 있는데, 이미 상반기 목표치를 넘어선 상태다. 이달 중순까지 약 8%를 초과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 대출 여력은 빠르게 줄고 있다. 하반기 들어 은행별 대출 조이기는 더 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하반기 예정된 잔금대출은 차질 없이 집행하도록 하겠단 것이다.
총량 관리라는 원칙은 유지하되 자금 공급이 끊겨 어려움을 겪는 대상을 선별 지원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단 복안이다.
금융위는 하반기 약 7만가구, 26조원 규모의 잔금대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상당 부분 중도금대출이 실행된 상태에서 잔금대출로 전환되는 물량인 만큼 실제 신규 여신은 3조7000억~11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규 여신 규모를 최소로 잡더라도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선 총량 관리와 실수요자 보호라는 두 가지 정책이 충돌하면서 혼선만 키우고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총량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면 은행권에선 대출을 여유롭게 늘릴 수 없다.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여력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반대로 잔금대출을 관리 항목에서 배제할 경우 당국의 총량 관리 기조는 흔들리게 된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대규모 신축 분양 수요에 대해 집단대출을 허용하게 되면, 기존 구축이나 비아파트 등 주택을 개별로 매수한 실수요자는 여전히 규제의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무주택 서민을 비롯한 청년·신혼부부 및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를 골라 핀셋 지원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단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반기 입주예정자들의 집단대출을 확대하면서 실수요자 지원까지 늘리게 되면 은행권 총량 목표치는 훨씬 넘어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은 잔금대출에 제한이 걸린 것을 두고 은행이 알아서 대출을 더 조인 탓이 크다고 말하지 않냐”며 “총량 목표치를 상향할 게 아니라면 결과적으론 은행만 난처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시장의 피로감만 누적시킨단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도 높은 규제로 금융권 전반을 압박하던 당국이 시장의 반발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규제에서 예외를 두는 방식을 거듭하면서 정책 신뢰도도 훼손됐단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부작용을 충분히 점검했어야 한다”며 “명확한 기준 없이 예외만 늘려가는 미봉책은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