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아닌 '연결'…항운노련, 4대 항만공사 통합론에 제동
입력 2026.07.28 16:34
수정 2026.07.28 16:34
“항만은 경쟁 아닌 국가 공급망의 분업체계”…공동협력 모델 제시
인천신항 컨테이너 부두 전경 ⓒ IPA 제공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항운노련)이 정부 일각에서 거론되는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통합 논의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항운노련은 항만공사(PA)의 일원화가 행정 효율성보다 국가 공급망의 안정성과 항만별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며, 조직 통합 대신 기능별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항운노련은 최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해양수도 부산' 비전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이 항만공사 통합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항만은 서로 경쟁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가 물류체계를 구성하는 전략 거점”이라며 “각 항만의 특성과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밝혔다.
항운노련은 항만공사가 단순한 공공기관이 아니라 국가 물류정책을 실행하는 전문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03년 항만공사법 제정 이후 중앙정부 중심의 운영체계에서 벗어나 항만별 특성과 시장 환경에 맞춘 자율경영 체계가 구축됐으며, 이러한 제도가 국내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됐다는 설명이다.
연맹은 부산항의 글로벌 환적 기능, 인천항의 수도권 및 대중국 물류 거점 역할, 울산항의 에너지·액체벌크 중심 기능, 여수·광양항의 철강·석유화학 산업 지원 기능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항만마다 담당하는 산업과 물류 기능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만큼, 이를 단일 조직으로 관리하는 것은 정책 결정의 신속성과 현장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항운노련은 항만 간 관계를 경쟁 구도가 아닌 국가 공급망의 분업체계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주요 항만들도 기능별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만큼, 국내 역시 각 항만의 특화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항만공사 간 협력 확대를 제시했다.
해외 공동 마케팅을 비롯해 디지털·AI 기반 스마트항만 구축, 탄소중립 정책 대응, 북극항로 개척, 항만안전 시스템 고도화 등은 조직 통합 없이도 공동 추진이 가능한 분야라는 설명이다.
연맹은 "협력은 전문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추진할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조직 통합이 곧 효율성으로 이어진다는 접근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항운노련은 정부에 4개 항만공사 통합 논의 중단을 비롯해 항만별 독립적 운영권과 투자체계 보장, 공동사업 중심의 협력 모델 확대, 정부·항만공사·노동계·산업계·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항운노련은 “국가 물류 경쟁력은 획일적인 조직 개편이 아니라 지역별 강점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에서 나온다”며 “강한 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대한민국은 글로벌 해양물류 경쟁에서 지속 가능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 기조와 맞물려 제기되는 항만공사 통합 논의에 대해 현장 노동계가 처음으로 조직적인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항만정책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