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화장품 브랜드 경쟁 과열…SNS ‘치료제 마케팅’ 도마 위
입력 2026.07.28 07:00
수정 2026.07.28 07:00
식약처, 의약품 오인 광고 등 178건 적발…소비자 피해 우려
“삭제해도 또 게시”…온라인 화장품 불법광고 ‘숨바꼭질’
단기 판매 경쟁이 키운 부작용…K뷰티 산업 신뢰도 ‘흔들’
화장품을 의약품처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한 온라인 허위·과장 광고 사례.ⓒSNS캡처.
‘피부 재생’, ‘탈모 개선’, ‘지방 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을 마치 치료제인 것처럼 홍보하는 허위·과장 광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시물이 삭제돼도 새로운 계정과 판매 채널을 통해 다시 등장하는 ‘숨바꼭질’이 반복되면서 소비자 피해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K뷰티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허위·과장 광고는 산업의 신뢰를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업체의 무리한 마케팅이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고 해외 시장에서 쌓아온 K뷰티의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한화장품협회와 민관 합동으로 3주간 질염 예방, 여드름 치료 등을 표방한 온라인 화장품 광고를 점검한 결과, 화장품법을 위반한 허위·과대광고 178건을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해당 게시물의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
적발 유형별로는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하는 광고가 142건(80%)으로 가장 많았고 ▲화장품의 범위를 벗어난 사용법 등을 안내해 소비자 오인을 유발한 광고가 21건(12%)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받은 효능·효과를 벗어나 광고한 사례가 15건(8%)이었다.
이 같은 불법 광고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장품 부당광고로 인한 행정처분은 1675건으로 전체 화장품법 위반의 약 76%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일부 중소 화장품 브랜드와 온라인 판매업체를 중심으로 SNS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한 허위·과장 광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짧은 영상과 공동구매 등을 통해 광고가 빠르게 확산되고, 계정이나 판매 페이지를 바꿔 게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K뷰티 시장 성장과 함께 화장품 사업이 ‘돈이 되는 사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인플루언서들이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를 활용해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고, 신생 브랜드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경쟁이 격화된 만큼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의약품 수준의 효능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나 과장된 문구를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짧은 영상과 SNS 콘텐츠에서는 자극적인 문구일수록 조회수와 구매 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소비자 오인 광고 중요 적발 사례.ⓒ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문제는 허위·과장 광고가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화장품을 의약품처럼 오인하게 만들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드름 치료나 질염 예방 등 의학적 효능을 표방한 광고는 소비자가 실제 효능을 검증하기 어려워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허위·과장 광고가 반복되면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업체들이 오히려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등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기적인 판매를 위해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K뷰티 산업 전반의 신뢰도 역시 훼손될 수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규정을 지키는 업체들은 표현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과장 광고를 하는 업체가 더 주목받는 상황이 반복되면 시장 질서가 왜곡될 수 있다”며 “결국 피해는 소비자와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기업 모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광고 리스크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형 업체들은 기능성 화장품의 경우 식약처가 인정한 효능·효과 범위 안에서만 광고 문구를 사용하고, 법무·규제 부서의 사전 검토를 거쳐 광고를 집행하는 내부 절차를 운영중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허위·과장 광고 상당수가 온라인 쇼핑몰과 SNS를 통해 유통되는 만큼 네이버와 쿠팡 등 주요 플랫폼이 입점 판매자 광고를 어떻게 검증하고, 반복 위반 업체를 어떤 기준으로 제재하는지가 불법 광고 근절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와 쿠팡 등 주요 플랫폼들이 허위 광고와 부정 후기를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AI를 활용한 허위 후기까지 확산하면서 광고 심의는 물론 리뷰 신뢰성 확보를 위한 플랫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업들의 단속에도 한계는 있다. 개인 간 메시지(DM)를 통한 허위광고는 행정기관이 상시 모니터링하기 어려워 소비자 신고가 있어야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식약처가 공개한 화장품법 위반 행정처분 사례 가운데 DM을 통한 적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다는 점도 반복되는 이유로 지목된다. 현행 규정상 적발 업체는 판매업무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지만 대부분 2~3개월 수준에 그치고, 위반 사실도 의약품안전나라에 약 6개월간 공개된 뒤 삭제된다.
이에 식약처는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의학적 수준의 효능·효과를 내세우는 광고는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 기능성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식약처가 인정한 제품인지와 광고 내용이 인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판매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허위·과장 광고를 줄여 신뢰를 지키는 것이 결국 K뷰티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