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헌재 판단없이 '위헌 전제'로 판결 부적절"…파기환송
입력 2026.07.27 10:58
수정 2026.07.27 10:58
의료법인 설립한 비의료인 검찰 송치
위헌심판 결과 전 무죄로 뒤집은 법원
대법원 전경.ⓒ데일리안DB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위헌을 전제로 자체적 판결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전남 목포시 A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B 재단이 목포시장을 상대로 낸 의료급여 비용 지급보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목포시는 2020년 1월 경찰 수사결과 통보를 근거로 A 병원에 의료급여 비용 지급을 보류했다. B 재단 이사장 구모씨 등 2명은 의사나 한의사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었음에도 실질적으로 A 병원 등 4곳을 개설해 운영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아 검찰에 송치된 상태였다.
의료급여는 생활고를 겪는 사람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병원 등 의료급여기관이 진료 비용을 시·군·구에 청구해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고 명의를 가로채 운영하는 소위 '사무장병원'으로 판단된 기관에는 시·군·구가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
B 재단은 수사 결과만으로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게 하는 시의 처분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나고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상고심이 진행되던 2024년 6월 헌재는 지급보류 처분 근거가 된 의료급여법 제11조의5 1항에 대해 위헌성을 인정하나 당분간 효력을 인정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의료급여법에 무죄 확정판결 등으로 혐의를 벗은 의료기관에 대해 보류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근거가 없어 이를 마련하고, 하급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을 때 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비용을 받지 못한 기간 병원이 입은 손해를 적절히 보상할 지연손해금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B 재단 이사장 구씨 등은 2020년 1월 1심에서 패소했다. 시의 처분의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형사 재판 2심을 거친 결과 2024년 7월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한 새 법은 2025년 7월 시행됐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2026년 5월 목포시의 지급보류 처분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법원은 위헌이라는 의심이 드는 경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을 뿐 위헌을 전제로 판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심이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 다만 앞선 보류 처분 자체는 유효하나 구씨 등의 무죄가 확정된 이상 "목포시장은 지급보류 처분을 취소하고 보류된 급여비용에 이자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