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에 노사 동시 반발…같은 1만700원에 엇갈린 이의제기
입력 2026.07.27 15:07
수정 2026.07.27 15:11
최저임금안 노사 동시 반발 2022년 이후 ‘4년만’
노사 문제제기 지점 상이…“동결해야” vs “사각지대없애야”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제14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1만700원을 놓고 노동계와 소상공인 측이 나란히 이의를 제기했다. 소상공인은 인건비 부담에 따른 고용 축소를 우려했지만, 노동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최저임금 보호에서 제외된 점을 문제 삼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소상공인연합회는 ‘2027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재심의를 요구했다. 소공연은 24일 이의제기서를 냈고, 민주노총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의제기에 나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80원,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의결했다.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223만6300원으로, 올해보다 7만9420원 오른다.
노사가 같은 해 적용될 최저임금안에 나란히 이의를 제기한 것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다만 양측이 문제 삼는 지점은 달랐다. 소공연은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문제 삼았고, 민주노총은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별도 적용안 부결을 이의제기 사유로 들었다.
송치영(왼쪽 두번째) 소상공인연합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2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이의제기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소공연 “4명 고용하면 연간 1000만원 이상 추가 부담”
소공연은 경기 부진과 매출 감소로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추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축소와 폐업을 앞당길 수 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안 재심의를 요구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월급 기준 약 7만9000원, 연봉 기준 약 95만원이 오르는 셈”이라며 “4인 고용 사업장은 4대보험 부담분을 포함하면 연간 1000여만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소공연은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저하와 업종별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단일 최저임금 적용을 주요 이의제기 사유로 제시했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 증가와 업종·사업장 규모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도 근거로 들었다.
숙박·음식점업 등 영세 업종은 인건비 비중이 높고 최저임금 미만율도 다른 업종보다 높아 같은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영업시간 단축과 무인화, 가족 경영 전환이 늘어나 청년과 고령층의 일자리부터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 회장은 “수익 감소와 경기 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이번 인상은 소상공인발 고용 축소를 앞당기는 엎친 데 덮친 격의 결정”이라며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호와 고용 위기를 막기 위해 재심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공연은 최임위 내 소상공인 대표성을 강화하고 업종별 구분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저임금을 격년 단위로 결정하고 일자리안정자금을 부활하는 등 경영안정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2027년 적용 최저임금안 이의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870만 특고·플랫폼 노동자 생존권 외면”
민주노총의 이의제기는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별도 적용안 부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배달라이더와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최저임금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주장이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870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과 최소한의 생존권을 철저히 외면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노동부 장관은 도급제 노동자 별도 적용 부결 결정에 대해 즉각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 연구용역에서도 배달과 택배, 대리운전, 돌봄·가사, 가정방문점검, 학습지 강사 등이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종속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임위가 연구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별도 적용안을 부결했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근로시간 측정이 쉬운 업종에는 도급제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측정이 어려운 업종에는 최저보수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연구용역 결과였다”며 “최임위가 자기 책임을 방기한 결정을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가 위탁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업체의 업무 지시와 알고리즘 통제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대기시간과 이동시간에는 보수가 지급되지 않고 수수료·보험료·교통비 등 업무 비용까지 노동자에게 전가돼 실제 시간당 순수입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은 다르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주장이 반복되지만 불분명한 것은 현실이 아니라 정부와 사용자 측의 의지”라며 “건당 최소보수와 기본요금 하한선을 보장하고 중개수수료와 비용 전가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1만700원을 두고 소상공인 측은 임금의 ‘수준’을, 노동계는 제도의 ‘적용 범위’를 문제 삼은 셈이다.
노동부 장관은 이의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이의제기가 실제 재심의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