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라인', 기현의 목소리로 완성한 대체불가한 로드무비 [D:PICK]
입력 2026.07.27 10:54
수정 2026.07.27 10:54
'유스'를 지나 '보더라인'으로
두 번째 솔로 앨범은 첫인상을 넘어 자신만의 방향성을 증명해야 하는 작품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처음 구축한 정체성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기현은 두 번째 EP '보더라인'(BORDERLINE)에서 록 사운드를 중심축으로 삼아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한층 넓혔다. 장르의 결을 다양하게 쌓아 올리고, 탄탄한 가창력 위에 표현의 밀도를 더하며 몬스타엑스 메인보컬로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솔로 아티스트 기현만의 음악적 언어를 더욱 선명하게 다듬었다.
기현' 보더라인' 콘셉트 포토ⓒ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전작 '유스'(YOUTH)가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감정과 기억을 되짚는 앨범이었다면, '보더라인'은 지금의 자신을 둘러싼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이다. 과거를 돌아보기보다 현재를 통과하는 데 집중하고, 누군가 정해놓은 답을 좇기보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무게를 둔다. 앨범 제목이 암시하는 '경계' 역시 불안정함에 머무는 공간이라기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직전의 지점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기현이 이번 앨범에서 록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강렬한 기타 리프와 시원한 밴드 사운드는 분명 중심에 있지만, 그것만으로 앨범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이브리드 팝과 어반 록, R&B 감성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곡마다 서로 다른 결을 만들고, 그 위에서 기현의 보컬은 청량함과 폭발력, 섬세함과 직진성을 자유롭게 오간다. 다양한 장르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한층 넓힌 셈이다.
이 변화는 타이틀곡 '쏘 굿'(So Good)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흔히 자신감을 이야기하는 노래들이 흔들림 없는 화자를 내세운다면, '쏘 굿'은 오히려 수많은 질문과 망설임을 지나온 끝에 비로소 자신의 감각을 믿기로 한 사람의 시선을 택한다. 그래서 이 곡이 전하는 자유는 타인의 기준에서 한 발짝 벗어나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한다. 힘을 주기보다 힘을 빼는 방식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이 곡의 매력이다.
앨범의 트랙 구성 역시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보더라인'이 출발선이라면 '쏘 굿'은 방향을 정하고, '스틸린 에어'(Stealin' Air)와 '도미노'(Domino)는 그 길 위에서 감정과 에너지를 한층 끌어올린다. 이어 '레이지 데이'(Lazy Day)와 '레이트 나이트 드라이브'(Late Night Drive)는 잠시 속도를 늦추며 숨을 고르게 만들고, 마지막 '하울링'(Howling)은 폭발적인 에너지로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서로 다른 정서를 담은 일곱 개의 트랙은 하나의 로드무비를 따라가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기현ⓒ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이번 EP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보컬의 쓰임새다. 기현은 오랫동안 안정적인 고음과 폭발적인 성량으로 인정받아온 보컬리스트다. 하지만 '보더라인'은 그 강점을 반복하기 보다 때로는 힘을 덜어내고, 때로는 속삭이듯 감정을 쌓아 올리며 곡마다 다른 질감을 만들어낸다. '잘 부르는 가수'라는 평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래마다 서로 다른 표정을 입힐 줄 아는 보컬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보더라인'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의 자신을 부정하는 앨범이 아니다. '유스'에서 드러난 섬세한 감성을 바탕으로 표현의 영역을 넓히고, 자신만의 음악적 방향을 조금 더 또렷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경계에 서 있다는 제목과 달리 이 앨범의 음악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끊임없이 앞으로 움직이며 기현이 지금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