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영화, 배우 출연료 '제작비 10% 미만'…한국영화 생태계 회복 실험 [영화 뷰]
입력 2026.07.26 10:25
수정 2026.07.26 10:25
주·조연 출연료 10% 미만...민간 협의체 구성
정부와 영화계, 배우 매니지먼트업계가 침체한 한국영화 제작 생태계 회복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영진위 중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의 주·조연 배우 출연료를 순제작비의 10% 미만으로 책정하기로 협력한 것이다. 법적 강제력 없는 협약이지만, 정부가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업계를 한자리에 모아 공동 원칙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최원영 매니지먼트숲 팀장, 김경진 제이와이드컴퍼니 본부장,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대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문위원ⓒ뉴시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BH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숲, 제이와이드컴퍼니 등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주·조연 출연료를 순제작비의 10% 미만으로 책정하는 데 협조하고, 제작사·매니지먼트사·투자배급사가 참여하는 민간 협의체를 구성해 제작 환경 개선 방안을 지속 논의하기로 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이번 협약이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한국영화를 함께 살리기 위한 업계의 자발적 결단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감사를 전했다. 한상준 영진위원장도 "제작비 상승과 투자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예산 영화 지원이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정부가 이 같은 상생협약을 추진한 배경에는 갈수록 위축되는 한국영화 제작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제작비 상승과 투자 감소, 흥행 양극화가 장기화되면서 특히 중·저예산 영화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실제 2025년 한국영화 매출액은 41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4% 감소했고, 관객 수도 4358만 명으로 39.0% 줄며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각각 2009년,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총제작비 100억 원 이상 고예산 영화는 13편으로 전년 대비 6편 감소해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완성도 높은 기획을 갖추고도 투자 유치에 실패하거나 제작이 무산되는 사례가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개봉작 감소로 이어졌다.
정부 역시 이러한 위기를 반영해 지난해 100억원 규모로 중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는 지원 규모를 460억원까지 확대하며 제작 기반 회복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협약은 정부가 출연료를 일률 제한하는 규제가 아니라, 지원사업 참여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은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체부는 배우와 제작사, 매니지먼트업계가 '한국영화 살리기'라는 공동 목표 아래 연대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업계에서도 협약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영화 제작 자체가 줄어들면 배우들의 활동 무대 역시 축소될 수밖에 없는 만큼, 단기적인 이해관계보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협약식에서 "산업의 여러 불균형과 구조적 문제를 함께 돌아보고 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할 시기라며, 이번 협약이 오래 지속 가능한 산업을 고민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 제작가협회 대표도 "좋은 영화로 이번 협약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협약이 한국영화 제작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중·저예산 영화의 경우 기존에도 작품 규모와 제작 여건에 따라 배우와 제작사가 출연료를 탄력적으로 조율해 온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 협약이 새로운 제도라기보다 기존 관행을 공식화한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율협약인 만큼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폭넓게 적용되고 지속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또한 출연료 문제는 한국영화 생태계 회복을 위한 여러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스크린 확보와 홀드백 제도, 영화 펀드 확대 등 제작부터 투자·배급까지 산업 전반의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제가 아닌 자율 참여를 기반으로 이해관계자들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다만 이 같은 공감대가 실제 제작 활성화로 이어질지, 나아가 투자와 배급, 극장 시장 등 산업 전반의 구조 개선 논의로 확장될지는 앞으로 민간 자율협의체의 운영과 후속 정책이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