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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인간'으로 이어진 연니버스…감독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7.13 07:01
수정 2026.07.13 07:01

일본 만화 원작의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 더 그레이'의 행보와도 이어져

'봉준호의 영화' '박찬욱의 시리즈' '연상호의 세계관' 처럼 감독 이름이 브랜드

연상호 감독이 각본과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가스인간'이 지난 2일 전 세계에 공개됐다. 일본 도호의 1960년작 특촬 SF영화 '가스인간 제1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8부작 범죄 스릴러로, 한국 제작사 와우포인트가 일본 도호와 손잡은 한일 합작 프로젝트다.


ⓒ쇼박스·와우포인트

도호는 '고질라' 프랜차이즈를 탄생시킨 일본 특촬 영화의 종가이자 일본 5대 메이저 영화사 중 하나로, 최근에는 '고질라 마이너스 원'으로 일본 영화 최초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으며 저력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런 전통의 명가가 넷플릭스와 오리지널 시리즈 협업에 나선 것 자체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가스인간'은 공개 전부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일본 영화계에서는 자국을 대표하는 고전 IP를 해외 창작자에게 전면적으로 맡기는 사례가 드문 만큼, 연상호 감독이 각본과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성을 지닌다는 평가도 나온다.


캐스팅 면면부터 이례적이다. 오구리 슌과 아오이 유우가 투톱을 맡았는데, 두 사람이 실사 작품에서 함께 연기하는 건 23년 만이다. 오구리 슌은 지난해 한효주와 호흡한 '로맨틱 어나니머스'에 이어 또 한 번 한일 합작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히로세 스즈, 하야시 켄토, 다케노우치 유타카가 가세해 정상급 라인업을 완성했고, 타이틀롤 '가스인간' 역은 루이비통·에르메스·겐조 등 세계적 브랜드 런웨이에 오른 모델 우타(UTA)가 배우 데뷔작으로 소화했다.


연출은 디즈니+ '간니발', 영화 '벼랑 끝의 남매', '실종'으로 인간 내면의 잔혹함을 밀도 있게 그려온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맡았으며,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라는 이력도 눈길을 끈다. 각본은 연상호 감독이 류용재 작가와 공동 집필했다.


극은 생방송 도중 한 대학교수의 신체가 기괴하게 폭사하며 시작된다. 범인은 살인 대상과 시점을 미리 예고하지만 범행 현장엔 흔적이 남지 않고, 수사가 진행될수록 범인이 스스로 몸을 기체로 바꿀 수 있는 '가스인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를 쫓는 형사 오카모토 겐지(오구리 슌 분)와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 코노 쿄코(아오이 유우 분)의 시선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확장된다.


가스인간이 죽음을 미리 고지하는 연출은 연상호 감독의 전작 '지옥'에서 죄인에게 사망을 예고하던 설정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초자연적 현상 자체와 그것이 촉발하는 사회적 균열과 인간 군상에 방점을 찍는 서사 방식 역시 '부산행'부터 '지옥', 최근작 '군체'로 이어져 온 연상호식 장르 문법과 맞닿아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창작 세계를 일명 '연니버스'(Yeon+Universe)라고 부른다. 장르는 좀비물부터 오컬트, SF, 크리처 스릴러까지 다양하지만, 초현실적 존재를 사회 시스템의 균열과 인간의 욕망을 비추는 장치로 활용한다는 공통된 문법이 반복된다.


하야시 켄토 역시 '지옥'을 인상 깊게 본 뒤 연상호 감독이 각본과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는 소식에 캐스팅에 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작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연상호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이유다.


이는 앞서 일본 만화 원작의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를 통해 원작을 한국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던 연상호 감독의 행보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상호 감독 특유의 사회 비판적 시선과 장르 문법을 더해 새로운 작품으로 확장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을, 박찬욱 감독이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과 HBO 시리즈 '동조자'를 선보인 데 이어, 연상호 감독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고전 SF·특촬 IP의 각본과 총괄 프로듀싱을 맡으며 한국 감독들의 글로벌 활동 반경을 한층 넓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K콘텐츠 경쟁력의 축이 완성된 작품이나 포맷의 수출을 넘어, 창작자 개인의 세계관과 연출 역량 자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으로 해석한다. 글로벌 플랫폼 역시 단순히 흥행작을 만든 감독이 아니라 장르를 넘나들며 일관된 창작 세계를 구축한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IP로 바라보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해외 시장이 'K드라마', 'K영화'라는 국가 브랜드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봉준호의 영화', '박찬욱의 시리즈', '연상호의 세계관'처럼 감독 개인의 이름 자체가 작품의 정체성과 기대를 형성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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