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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복지 기준 되는 최저임금…흥정하듯 정하는 결정구조 괜찮나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7.10 14:51
수정 2026.07.10 14:51

노사 협상 막판마다 공익위원 중재

결정 좌우할 기준은 공익위원 재량

최저임금 결정기준 개편론 부상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 제1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 격차를 690원까지 좁혔지만 올해도 막판 공익위원 심의촉진구간과 표결을 통한 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율 합의보다는 공익위원 판단이 최종 결론을 좌우하는 구조가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3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 9차 수정안을 논의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초 1680원이었던 요구안 격차를 690원까지 줄였지만 여전히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법정 심의기한도 이미 넘긴 만큼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최종 협상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장면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가 큰 폭의 인상안을, 경영계가 동결 또는 소폭 인상안을 제시한 뒤 막판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이후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면 그 범위 안에서 표결로 결론을 내는 방식이 사실상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2021년 적용 최저임금부터 2026년 적용 최저임금까지 6차례 심의 가운데 노사 합의로 결정된 것은 2026년 적용 최저임금 한 차례뿐이다. 나머지 5차례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이나 중재안을 바탕으로 표결을 거쳐 최종 의결됐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노사가 협상해 결정한다기보다 공익위원이 최종 결론을 정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는 협상 과정에서 각자의 입장을 유지한 채 막판까지 명분을 쌓고, 결국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상·하한선 안에서 결론이 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심의촉진구간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공익위원들은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취업자 증가율 등을 활용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왔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공식 산식은 없다. 어떤 지표를 얼마나 반영하는지가 공익위원 판단에 맡겨져 있어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도 있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뿐 아니라 각종 사회보장급여와 고용보험 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자본시장의 기준금리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듯 최저임금 역시 노동시장과 복지체계 전반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만큼 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은 전문가 중심 심의체계를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영국은 전문가 중심의 최저임금 자문기구가 노동시장과 경제지표를 분석해 정부에 권고안을 제시하고, 일본도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의체계를 통해 데이터 기반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노사 대표가 참여하더라도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논의하는 비중이 한국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결정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는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전문가가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심의구간을 설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최종 의결을 담당하는 ‘결정위원회’로 체계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도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를 운영하며 결정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했으나 제도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에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및 최저임금 결정기준 개선’을 포함한 상태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도 공익위원 심의촉진구간과 표결로 마무리된다면 전문가와 객관적 지표를 중심으로 한 결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도 개편 논의도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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