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도, 전세도 ‘매물 실종’…규제만 남은 부동산 시장 [기자수첩-부동산]
입력 2026.07.09 07:00
수정 2026.07.09 07:00
계획만 남은 공급 대책에 ‘막차 심리’ 후끈
매물은 사라지는데 규제지역만 확대
수요자 심리 안정시킬 공급 청사진 내놔야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한 달 전 가격으로 시장을 판단하면 절대 집 못 사요. 어제랑 오늘 집값도 달라지는 게 현 시장입니다.”
최근 한 달간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노원구 아파트들을 돌아다녀 보니, 뜨거운 시장 분위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호가, 줄어드는 매물을 보며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커졌다.
직장 생활을 한 지 5년이 지난 30대 초반 직장인에게 수천만 원씩 오르는 집값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전세를 살자니 매물 찾기가 어렵다. 대출을 받아 올라간 호가에 맞추거나 저렴한 급매물이 나오길 기도하는 방법 뿐이다.
이 같은 고민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집을 보지도 않고 가계약금을 입금하거나 전세 세입자가 있어도 사겠다는 문의가 쏟아진다고 한다. 그마저도 집값이 더 오르니 집주인이 가계약금 2배를 주고 계약을 파기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는 노원구 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 기준 성북구 아파트 매물은 1년 만에 53.8% 줄었고 강북구와 중랑구도 51.9% 급감했다. 구로구(-46.4%)와 강서구(-46.3%), 서대문구(-45.5%)도 물량이 줄었다.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한도인 6억원을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주택이 몰린 곳이다.
이렇게 뜨거운 시장이 한국부동산원이나 KB부동산 통계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 많은 거래가 구청 토지거래허가를 기다리고 있거나 실거래 등록이 되지 않은 탓이다.
오르고 있는 집값이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은 곧 하반기 집값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후 실거래 반영까지 1~2개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달부터 뜨거운 시장 분위기가 통계에 반영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규제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서울 전역을 규제로 묶더니 올해는 화성 동탄과 용인 기흥, 구리시까지 규제를 적용했다. 이르면 이달에는 세제개편안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그와 달리 주택 공급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1월29일 6만가구 신속 공급 대책을 발표한 후 정부가 예고했던 추가 대책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상반기 중 나와야 했던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주거복지 추진방안도 하반기로 밀렸다.
어떤 주택을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대략적인 계획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규제만 강해지니 수요자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시장은 당장 살 수 있는 집을 원하는데 그 주택이 언제 공급될지도 미지수인 셈이다.
지금의 뜨거운 불장을 완성한 것은 수요자의 탐욕이 아니다. 정부가 시장에 심어 놓은 '불안'이 본질이다.
대출 한도가 조여지기 전에 사야 한다는 압박감, 말 뿐인 공급 대책, 섣부른 규제 지역 남발이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는 막차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불안이 깊어질수록 왜곡의 골은 더 깊어진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규제지역 확대가 아니다. 흔들리는 실수요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급의 실물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책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통계 밖 현장이 외치는 ‘오늘이 가장 싸다’는 경고는 더 잔인하게 증명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