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불 꺼지자, 극장 불 켜졌다…‘야생’에서 잭팟 터진 코미디
입력 2026.07.08 01:04
수정 2026.07.08 01:04
지상파 몰락 이후 뉴미디어 거쳐 오프라인 투어로
공짜 방청객에서 유료 관객으로…독자적 아티스트 브랜드 구축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쇠퇴로 무대를 잃었던 코미디언들이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관객이 직접 티켓을 구매하는 오프라인 공연 및 투어 시장으로 무대를 확장하는 추세다.
지난 4월 25일과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더 마르키 아스토리아(The Marquee Astoria)에서 진행된 '이상준쇼 in NYC' ⓒ큐브엔터테인먼트
과거 코미디 시장의 침체는 지상파 특유의 엄격한 심의 규정과 경직된 콩트 포맷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제약이 많아진 방송 환경에서 설 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은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유튜브와 숏폼 미디어로 대거 이동했다. 이곳에서 방송 심의의 틀을 벗어나 일상적이고 날것의 유머를 선보인 이들은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넓히며 확고한 코어 팬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쌓인 티켓 파워는 일회성 영상 소비를 넘어 오프라인 극장으로 관객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원동력이 됐다. 스마트폰 화면으로만 접하던 코미디의 생생한 현장감과 즉흥성을 무대에서 직접 경험하려는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무료 방청객에 머물던 대중이 기꺼이 유료 관객으로 지갑을 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오프라인 진출 흐름은 지상파 출신의 베테랑과 뉴미디어 기반의 신진 코미디언을 가리지 않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개그맨 이상준은 자신의 한국 나이에서 착안한 대규모 프로젝트 ‘이상준쇼 45’를 기획해 국내 17개 도시와 해외 4개국 12개 도시를 아우르는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7월 국내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는 기성 인지도를 지닌 단독 코미디언 브랜드가 대형 투어를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대표적 사례다.
실제로 지난해 진행된 전국투어 ‘이상준쇼 44’는 전국 10개 도시 공연 전석 매진과 함께 누적 관객 약 1만8000명을 기록하며 국내 코미디 공연 시장에서 이례적인 흥행 성과를 거뒀다.
지난 4월 북미에서 진행된 김동하의 스탠드업 코미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공연 ⓒ메타코미디
유튜브 숏폼을 통해 강력한 흡입력을 보여준 김동하는 국내 전국 투어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 2026년 4월 한국어로만 진행되는 북미 3개 도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에 앞서 2024년에는 대니초의 스탠드업 공연 실황이 CGV 극장에 정식 개봉하는 등, 코미디 콘텐츠는 이제 소극장을 넘어 대형 스크린 영역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단발성 기획 투어에 그치지 않고 코미디를 상시 소비할 수 있는 고정 인프라가 자리를 잡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최초의 코미디 레이블인 메타코미디가 2023년 말 개관한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는 주류 판매와 성인 대상의 자유로운 포맷을 결합해 매주 전석 매진에 가까운 기록을 세우며 안정적인 상설 공연 체제를 정착시켰다.
과거 관객들이 방송국 방청 신청을 통해 무료로 코미디를 소비하던 수동적 방식에서, 이제는 전용 문화 공간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을 즐기는 적극적인 소비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전환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의 폐지가 언급될 때마다 ‘코미디의 위기’라는 말이 따라 붙었는데, 오히려 코미디언들은 방송 출연료에 의존하던 수동적 구조에서 탈피해 자생력을 기르는 ‘기회’로 삼았다”며 “공연 기획부터 제작, 현장 연출, 그리고 디지털 비하인드 콘텐츠 판매까지 연결되는 체계가 정착되면서 한국 코미디는 비로소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 코미디언의 이름 자체가 티켓 파워가 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