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은 잠수함을 팔았고, 독일은 동맹을 팔았다 [기자수첩-산업]
입력 2026.07.08 07:00
수정 2026.07.08 08:15
성능 앞세운 한화오션, 나토 운용 생태계 강자 TKMS에 고배
60조원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서 드러난 K-방산의 동맹 장벽
지난 5월 23일(현지시간)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기지에서 캐나다 해군 장병들이 입항하는 도산안창호함 장병들을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좋은 잠수함만으로는 부족했을까? 답은 ‘그렇다’다.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에서 한화오션이 고배를 마셨다. 한화오션은 잠수함을 팔았고,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는 동맹을 팔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 잠수함은 ‘나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메가 프로젝트로 꼽힌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60조원 규모라는 숫자만으로도 국내 방산 업계의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한때 한국이 이미 수주에 성공한 듯한 분위기까지 감돌았지만 결국 승기는 독일의 TKMS에 돌아갔다. 미리 들었던 축배가 무색하게 한화오션과, 원팀으로 함께 뛰었던 HD현대중공업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오션의 잠수함이 부족했다는 뜻은 아니다. KSS-III는 이미 우리 해군이 운용 중인 잠수함이다. 한화오션은 실제 잠수함을 캐나다까지 보내 성능을 보여줬고,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도 앞세웠다. 정부도 힘을 보탰다. 국내 조선사가 경쟁 관계를 접고 원팀을 꾸린 것도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캐나다가 진짜 사고 싶었던 것은 잠수함 그 자체가 아니었다. 2030년 이후 수십년간 북극과 대서양, 태평양을 누빌 해군 전력 체계였다. 잠수함을 누가 더 잘 만드느냐 못지않게 그 잠수함을 누가 오래 함께 운용하고, 정비하고, 책임질 수 있느냐가 중요했던 것이다.
한국이 넘지 못한 벽도 여기에 있었다. 캐나다는 나토 회원국이다. 잠수함은 단독으로 굴리는 장비가 아니다. 동맹국과 작전을 함께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훈련 체계도 맞춰야 한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나토 체계 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독일은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TKMS는 잠수함 자체의 성능을 넘어 나토 동맹, 유럽 공동 운용 체계, 장기 MRO, 부품 공급망, 승조원 교육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독일 잠수함을 고르는 일이 단순한 장비 구매가 아니라 유럽 안보 생태계에 더 깊이 들어가는 선택이었다.
반면 한국의 강점은 여전히 제품에 있었다. 잘 만들고, 빨리 만들고, 가격도 맞출 수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한 번 들이면 30~40년을 써야 하는 잠수함의 특성상 캐나다의 계산은 더 복잡했다. 고장이 나면 누가 책임질지, 부품은 어디서 올지, 승조원은 어떻게 훈련할지, 동맹국과 함께 작전할 때 얼마나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을지까지 모두 따져야 했다.
결국 캐나다는 잠수함의 성능표보다 그 뒤의 시간을 본 것이다. 한화오션은 좋은 잠수함을 보여줬지만, 독일은 그 잠수함 둘러싼 나토 운용 생태계를 보여줬다. 이 차이가 마지막 한끗을 만들었다.
이번 결과를 한화오션만의 실패로 몰아갈 일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 방산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보여준 장면에 가깝다. K9 자주포, K2 전차, FA-50으로 증명한 성능과 납기 경쟁력은 분명 한국 방산의 무기다. 하지만 초대형 전략 무기 사업에서는 그 위에 동맹, 외교, 금융, MRO, 교육, 현지 협력까지 얹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좋은 무기를 만드는 단계에 올라섰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무기를 나토의 벽 너머에서도 믿고 쓸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