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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상징서 논란의 뇌관으로…'5·18 성역' 이병태 사퇴 둘러싼 공방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7.08 05:00
수정 2026.07.08 05:30

사퇴 권고 하루 만에 자진 사퇴…靑 즉각 수용

친명·친청 계파 막론 "사퇴하라"…당권 변수로

"전대 앞 지지층 의식" 해석…통합·실용 인사 도마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5·18 성역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청와대 사퇴 권고 끝에 물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실용 인사 기조가 발탁 넉 달 만에 첫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이 열성 지지층을 의식해 조기에 정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며 이 부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했고, 이 부위원장이 하루 만에 물러나면서 청와대도 이를 수용했다. 이 부위원장은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응원' 징계를 두고 "5·18이 성역이 됐다" "북한의 모습"이라고 주장해 여권에서 비판을 받았다.


주목되는 대목은 사퇴 정국에 깔린 당권 셈법이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3월 부총리급인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홍준표 대선 캠프에서 경제 정책을 맡았던 보수 인사로, 이 대통령의 통합·실용 인사 기조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임명 당시부터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정책을 "치매인가"라고 비난한 전력 등으로 당청 안팎에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 부위원장의 거취가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정리된 것을 두고, 열성 당원의 표심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17 전당대회는 권리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 전통 지지층의 표심이 승패를 가른다. 5·18을 겨냥한 발언을 방치할 경우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당권 주자들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사퇴를 압박했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각각 "역사에 대한 모독", "공직자 자격을 내던진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의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남준 의원과 친명계 김남국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사퇴를 압박했다. 차기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도 사퇴를 촉구하는 동료 의원의 글을 엑스(X)에 공유하며 동의를 표했다


다만 계파별 속내는 엇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청(친정청래)계는 외연 확장에 비판적인 전통 당원을 겨냥한 구애로, 친명계는 보수 인사 기용 책임론이 이 대통령을 향하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부위원장을 안고 가면 당 대표 선거에 악영향이고, 사퇴시키면 다른 보수 인사들도 거취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야권은 즉각 역공에 나섰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에서 "이병태 권고사퇴는 '내 손엔 피 안 묻히겠다'는 이재명 정권의 갑질 꼼수"라며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해 알고도 기용했던 사람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고 꼬집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통합은 구호였고 숙청이 실상이었다"고 힐난했다. 성일종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에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갔다가 옳은 얘기하고 잘린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퇴는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 기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 대통령은 1기 내각에서 전임 정부 출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는 등 진영을 가리지 않는 인사를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보수 인사의 소신 발언이 국정 부담으로 돌아온 첫 사례다. 2기 개각을 앞둔 시점이라 외연 확장 인사에 신중론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퇴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통합과 지지층 결집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부담은 더 무거워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합 인사라는 명분은 유지하되 검증 문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전대를 앞두고 지지층이 예민한 상황에서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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