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감사합니다!” 박현경 우승 순간, 부친이 밝힌 뒷이야기
입력 2026.07.03 14:56
수정 2026.07.03 14:57
부친 박세수 씨(오른쪽)은 꾸준히 딸 박현경의 골프백을 멘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어머니, 감사합니다!”
딸이 우승을 확정한 순간, 하늘을 향해 외친 한마디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박현경은 지난달 29일 일본 지바현 카멜리아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어스 몬다민컵에서 생애 첫 일본 무대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조모상을 겪은 가운데 일궈낸 값진 우승이었다.
박현경의 캐디를 맡고 있는 부친 박세수 씨는 우승 퍼트가 떨어지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고 "어머니,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이 장면은 중계 화면에 그대로 담기며 많은 골프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3일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에서 만난 박세수 씨는 "준비했던 말은 아니었다"며 "일본으로 출국할 때부터 '어머니가 좋은 선물을 하나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내내 보이지 않는 힘을 느꼈다고 했다. 박 씨는 "첫날부터 '혹시 어머니가 도와주시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어려운 홀에서 버디가 나오고 위기를 넘길 때마다 그런 마음이 더 커졌다"라고 밝혔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확신이 조금씩 커져갔다. 박 씨는 "평소 같으면 들어가기 어려운 퍼트들이 계속 들어갔다. 마지막 날도 '저건 들어갈 퍼트가 아닌데' 싶은 공이 떨어지면서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가장 간절했던 순간은 마지막 18번 홀이었다.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파 퍼트를 앞두고 박 씨는 또 한 번 하늘을 바라봤다. 그는 "속으로 '엄마, 이거 한 번만 더 도와달라'고 했다. 파만 하면 우승이라는 계산이 섰고, 퍼트가 들어가는 순간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라고 방싯 웃었다.
전직 골프 선수였던 박 씨는 캐디 일을 하는데 체력적 어려움이 없다고 전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박현경의 이번 우승의 원동력은 흔들리지 않은 멘탈이었다. 박 씨는 "현경이는 원래 멘탈이 강한 선수"라며 "이번 대회에서도 감정 조절이 정말 잘됐다"고 평가했다.
기술적인 변화도 있었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 받던 그립을 다시 스퀘어에 가깝게 수정한 것이 효과를 봤다. 박 씨는 "힘을 쓰면 페이스가 열리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립을 교정하면서 거리도 원래대로 돌아왔고 웨지 거리감도 살아났다. 이번 대회에서 웨지 샷이 많이 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선수와 캐디로 의견이 엇갈릴 때는 결국 딸의 선택을 존중한다. 박세수 씨는 "내가 주장할 때도 있지만 최종 결정은 현경이가 한다. 선수의 감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젊은 나이의 캐디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박 씨는 고령자에 속한다. 그럼에도 매주 골프백을 메는데 전혀 문제 없다. 박 씨는 "어차피 딸의 경기를 보러 대회장에 온다. 잔디 밖에서 지켜보는 것보다 직접 백을 메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며 "프로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건강 관리도 철저하다. 겨울 동안 체력을 만들어두고 시즌 중에는 스쿼트 등 기초 운동을 이어간다. 식단 역시 튀김과 밀가루를 줄이고 건강식 위주로 챙긴다.
언제까지 딸의 캐디를 맡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해놓은 시점은 없다. 최소 3년은 거뜬하다"며 "몸이 허락하는 한 함께할 것이고, 현경이가 다른 선택을 원한다면 그 역시 존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씨는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캐디피' 정산에 대해서도 밝혔다. “많이 받는다”라고 호탕하게 웃은 박 씨는 “다만 철저하게 비즈니스로 간다. 오늘처럼 성적이 안 좋으면 기본급만 받고, 지난주처럼 우승하거나 성적이 좋으면 일반 전문 캐디들과 똑같이 인센티브 적용해서 받는다. 현경이는 성적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받는 액수도 그만큼 크다. 내가 골프백을 매지 않으면 그 돈이 다 남에게 가는거다. 오히려 현경이의 노후 자금을 저축해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