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난에 수주 판 커졌다…전력기기 3사, 장기·복합 계약 확대
입력 2026.07.05 08:00
수정 2026.07.05 08:00
전력기기 3사 북미·호주서 대형 계약 잇따라
전력망 재정비 맞물려 패키지·장기 공급 수요 확대
효성중공업 초고압변압기 ⓒ효성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수주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변압기와 배전기기 등 개별 제품 공급을 넘어 수주 방식이 장기·복합 계약 중심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최대 1조1212억원 규모의 배전기기 및 전력기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제품별 계약 규모는 배전기기 5539억원, 전력기기 5673억원이다.
발주는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에 맞춰 이뤄진다. HD현대일렉트릭은 고객사가 북미 지역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에 관련 제품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납품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의 특징은 배전기기와 전력기기를 패키지 형태로 공급한다는 점이다. 대형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인 만큼 설계 정합성과 납기, 품질 관리가 함께 요구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배전기기와 전력기기를 함께 공급하면 설계 효율을 높이고 사후 관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북미 수요 확대 배경에는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전력망 부담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PJM은 최근 2년간 미국 13개 주의 전력망 수급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가 전력 수급 균형을 위협하자 PJM은 추가 전력 조달과 수요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는 2026년 2411억 달러에서 2035년 4347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6.8%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약 2700개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건설 중이거나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S일렉트릭도 북미 빅테크 수요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들어 북미 빅테크 대상 신규 수주가 1조2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체 실적을 웃도는 규모다. 주문이 늘면서 회사는 미국 유타주 생산시설을 2500억원을 들여 확장한다.
차세대 전력망 기술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최근 충남 천안사업장에서 직류 배전 기반 제조 시설인 ‘DC팩토리’를 준공했다. 직류 배전은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사용량이 큰 시설에 적합한 기술로 꼽힌다.
효성중공업은 해외 전력망 재정비 수요를 바탕으로 장기 계약을 확보했다. 효성중공업은 호주 빅토리아주의 유일한 송전망 운영사인 오스넷과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등 전력기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 수주액은 약 3100억원이다. 이번 계약으로 효성중공업은 향후 5년간 빅토리아주 송전망에 초고압 전력기기를 독점 공급하게 됐다.
호주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력망 불안정 해소와 장거리 송전망 확충을 위해 200억 호주달러, 약 20조원 규모의 국가 전력망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와 도심 수요처가 멀리 떨어진 현지 특성상 초고압 전력기기와 전력계통 안정화 장비 수요가 커지는 구조다.
북미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해외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 잔고도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력기기 3사의 합산 수주 잔고는 3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기기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부가 제품 비중이 늘면서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초고압 송전제품뿐 아니라 중저압 배전제품군에서도 대형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전력기기 호황의 낙수효과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